지난 28일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6억6000만원에 낙찰된 백남준의 ‘수사슴’.
지난 28일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6억6000만원에 낙찰된 백남준의 ‘수사슴’.
한국 현대미술이 홍콩 경매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갔다.

29일 서울옥션과 크리스티코리아에 따르면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비롯해 김흥수, 박서보 등 한국 작가의 작품이 지난 27~28일 홍콩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에서 잇따라 작가 최고가 기록을 쏟아냈다.

단색화가 박서보의 1979년작 ‘묘법 NO. 10-79-83’은 27일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수수료를 포함해 1026만홍콩달러(약 14억7400만원)에 팔려 1년 만에 작가의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박 화백의 이전 최고가는 작년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거래된 ‘묘법 No.3-82’(490만홍콩달러)였다. 박 화백은 지난 2년간 경매에서만 1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인기 작가 반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이학준 크리스티코리아 대표는 “이번 경매에 오른 박 화백의 단색화 등 한국 작품 26점이 낙찰됐다”며 “국제 미술시장에서의 한국 작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백남준의 작품도 10년 만에 자신의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그의 1996년작 ‘수사슴’은 전날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460만홍콩달러(약 6억6000만원, 수수료 제외)에 팔렸다. 1996년 제작된 ‘수사슴’은 TV 모니터 네 개로 구성된 동물 모양의 작품이다. 서울옥션 측은 “이번 낙찰가는 2007년 11월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가 약 54만달러(수수료 제외)에 낙찰된 뒤 백남준 작품으로는 최고가 낙찰”이라고 설명했다.

하모니즘 조형의 창시자 김흥수(1919~2014) 작품도 홍콩 시장 진출에 성공하며 신기록을 세웠다. 김 화백의 1989년작 ‘파천’은 이날 서울옥션 경매에서 추정가보다 두 배 높은 380만홍콩달러(약 5억5000만원)에 낙찰돼 주목받았다.

서울옥션은 이날 경매에서 출품작 87중 67점을 팔아 낙찰률 77%, 낙찰총액 9716만홍콩달러(약 140억원)를 기록했다.

현장을 지켜본 이옥경 서울옥션 대표는 “백남준 김흥수 등 국내 작가들은 미술사에 남긴 업적에 비해 시장에서 가격이 저평가돼 안타까웠다”며 “이번 경매는 우리 작가들의 미술사적 가치와 선구자로서의 역할을 국제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