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적개발원조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지난 25년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지구촌 많은 개발도상국에 희망을 주고 우리 국민에게는 자긍심을 심어 줬다. 그런데 최근 이사장 사임과 함께 KOICA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부각돼 안타깝다.

KOICA는 여러 정부 부처가 소규모로 하던 무상원조 사업을 통합, 대외원조 사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991년 외교부 산하 기관으로 창설됐다. 초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시작된 ODA 사업은 정책, 전략, 실행체제 등 모든 면에서 선진 원조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발전했다.

필자는 KOICA에 25년간 근무했는데, 2010년 1월 아이티에 대지진이 발생한 뒤 1주일 만에 현장을 방문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활주로가 파괴돼 인접국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육로를 거쳐 여덟 시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가는 길이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 국경을 넘어 아이티의 참상을 마주한 순간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KOICA 봉사단과 비정부기구(NGO) 및 대학 의료진이 앞다퉈 달려와 이재민들을 치료하는 장면을 보며 60년 전 6·25전쟁이 났을 때 따뜻한 손길을 내민 지구촌 각국에 빚을 갚는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뭉클하기도 했다.

힘든 일도 많았다. 가장 가슴을 아프게 만든 건 동아프리카를 담당한 팀장이 회의 중 쓰러져 저세상으로 떠난 사건이었다. 직원들이 2~3년 주기로 해외 사무소에 나갈 때마다 건강을 잘 지키라고 당부하지만 몇몇 직원들이 유명을 달리하는 일을 겪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제 KOICA 발전이 한국의 ODA 사업 발전이라는 확신 속에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먼저 개발협력 사업에 정치적인 외풍이 배제됐으면 한다. ODA 사업은 개도국의 경제사회발전을 위해 우리의 경험을 녹여내 실시하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특히 3조원에 육박하는 ODA 사업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그렇다. 둘째, KOICA의 인원 증원과 복지 증진 등 격려책이 필요하다. 창립 때에 비해 예산은 40배나 확대됐는데 직원 수는 1.5배 늘었을 뿐이다. 아무리 직원들이 일당백의 능력을 발휘한다고 하더라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인력이 부족하니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데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KOICA 직원들의 사기 진작도 필요하다. KOICA 임금 수준은 공공기관 300개 중 최하위권이다. 한국을 대표해 가장 열악한 지역에서 ODA를 집행하는 이들에게는 다른 공공기관보다 더 많은 격려가 시급하다.

셋째, KOICA 직원의 ODA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ODA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업이 아니라 환경, 보건, 거버넌스 등 분야별 전문성과 함께 개도국 현장에 대한 지역적 전문성, 프로젝트를 디자인하고 평가하는 기술적 전문성 등 세 가지 요소를 결합해야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를 위해 개발 담당 직원들에 대한 훈련과 재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하나씩 맞춰 나가야만 KOICA가 ODA를 통한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장현식 < 인천국제개발협력센터장·패밀리 코이카 행복나눔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