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신약 후보물질 발굴…시간·비용 단축
파미노젠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바이오벤처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알려진 수백억 개의 화합물을 조합해 특정 질환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물질을 찾아낸다.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사람에게 시험하기 전 동물에게 투여해 안전성과 효과를 알아보는 전임상 단계에 들어간다. 파미노젠은 전임상 단계 직전까지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영훈 파미노젠 대표(사진)는 “비임상·임상시험은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어렵다”며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영역은 초기인 신약후보물질 발굴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미노젠이 자체 개발한 딥러닝(심층학습) 기반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며 “대형 제약사뿐만 아니라 중소형 제약사, 벤처기업도 고객사”라고 했다.

김 대표는 분자구조와 화학식을 컴퓨터를 이용해 모델링하고 계산하는 계산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등에서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해 항암제, 당뇨병 치료제, 정신질환 치료제 등 30여 개의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4년부터는 스승인 노경태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를 도와 분자설계연구소 부소장을 맡기도 했다.

파미노젠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종근당에서 수석연구원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수열 수석연구원을 영입해 경기 용인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3년에 걸쳐 세계 대학, 기업 등 700여 곳에서 공개한 특허, 논문 등에서 200억 개의 화합물과 2500여 종의 질환 표적 자료를 모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창업한 지 1년도 안 지났지만 비민치료제, 당뇨치료제 등 신약후보물질을 7개나 확보했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후보물질 발굴은 태동 단계로 국내에는 아직 없고 미국에서도 아톰와이즈, 인실리코 메디신, 투사 등 몇몇 업체만 뛰어들었다”며 “파미노젠이 국내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