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구글, 엔비디아에 대항해 독자적인 인공지능(AI) 전용 칩을 개발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각종 기기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애플 뉴럴 엔진’으로 불리는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이다. 애플은 이 칩을 통해 얼굴인식, 음성인식 기능 등을 향상시켜 음성인식 AI 비서인 ‘시리’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증강현실(AR) 기능 등에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자사의 모든 기기에 이 칩을 적용할 계획이며 이미 이 AI 칩을 넣은 아이폰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오는 9월께 공개될 아이폰8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아이폰 등에선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 기능을 맡는다. 이들 대신 전용 칩을 쓰면 AI 기능뿐 아니라 CPU, GPU 부담이 줄면서 전반적인 성능이 좋아진다. 배터리 수명도 늘어난다. 애플은 2011년 시리를 내놓으면서 AI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듯 했지만 최근 아마존의 알렉사와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 등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애플은 올해 들어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이스라엘의 머신러닝 회사 리얼페이스를 인수했으며 이달 초 미국의 AI 전문업체 래티스데이터를 2억달러에 사들였다. 알아보기 힘든 이미지 글자 등을 컴퓨터가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가진 곳이다.

AI 전용 칩을 개발하는 건 애플이 처음은 아니다. 구글은 딥러닝 소프트웨어인 텐서플로 전용칩으로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중국 커제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압승한 알파고에도 TPU가 쓰였다. 엔비디아는 IBM 등 글로벌 기업에 AI 전용 칩을 공급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