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범 재판 최장기록…연일 강행군에 심야 재판 속출

국정농단 사범들에 대한 재판이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면서 심야 재판도 속출하고 있다.

재판 일정 자체도 빡빡한 데다 증인신문이 본격화하면서 검찰·특검 측과 변호인단 간 신경전까지 거세진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26일 재판은 재판 시작 15시간 만인 27일 새벽 1시께 끝났다.

국정농단 사범 재판 중 최장기록이다.

점심과 저녁, 휴정 시간 등을 제외하고도 10시간가량 마라톤 재판이 이어진 것이다.

이날 오전 재판엔 서울세관 직원이, 오후 2시부터 이어진 재판엔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김 전 부위원장과 관련해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 해소 과정에서 삼성에 유리하게 처분주식 수를 조정해 준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 문답이 길게 진행됐다.

공정위 전 사무관이 증인으로 나온 24일에도 이 부회장의 재판은 밤 10시 50분께 끝났다.

24일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재판이 밤 10시를 넘겨 마무리됐다.

오전 증인부터 예정된 신문 시간을 초과한 데다, 오후에 증인으로 나온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현 프랑스 대사)의 증인신문까지 길어졌다.

이처럼 재판이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는 건 특검이 제출한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쓰는 데 이 부회장 등이 반대하면서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진술을 듣는 과정을 거치고 있고, 쟁점 사실의 정리와 법리 적용을 둘러싼 특검과 변호인 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재판부로선 신문해야 할 증인 수는 많은데 1심 구속 기한인 6개월 안에 가급적 선고를 내리려다 보니 일정 자체를 빡빡하게 짤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과 김 전 실장의 재판이 매주 3일씩 열리는 이유다.

이에 더해 중요 증인이 나올 경우 특검과 변호인단 간 신문까지 경쟁하듯 길어지면서 심야 재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마라톤 재판이 이어지면서 재판부나 피고인, 변호인단 모두 체력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고령에 심장까지 좋지 않은 김 전 실장은 지난 24일 재판에선 피고인석 의자에 거의 눕다시피 한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김 전 실장은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이 부회장도 재판 초반보다 살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최근 종종 안경을 벗고 있는 모습도 포착된다.

국정농단 사건의 피고인 중 '최선임'격인 최순실씨는 직접 재판부에 중간중간 휴정을 요청하고 있다.

"화장실 좀…"이라며 사유를 밝히기도 한다.

법원 직원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법정 질서 유지 등을 위해 대기하는 직원들은 재판이 끝난 뒤 뒷정리까지 마무리하고 퇴근해야 한다.

이 부회장 측은 "원래 불구속 재판이 원칙인데 6개월 안에 선고를 하려다 보니 강행군을 이어가는데, 이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며 "재판부를 포함해 다 같이 고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안이 중대한 데다 피고인들이 서로 공범 관계로 얽힌 사건의 특성상 신속하고 효율적인 심리를 위해서는 지금 같은 강행군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강애란 기자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