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2016 WBFF아시아챔피언십'. 사진 변성현 기자
지난해 열린 '2016 WBFF아시아챔피언십'. 사진 변성현 기자
날개를 달고 런웨이 쇼를 펼치는 몸짱녀, 턱시도를 입은 보디빌더…. 27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리는 ‘월드뷰티피트니스페스티벌(WBFF) 코리아챔피언십’에서 펼쳐질 풍경이다.

캐나다에서 시작된 이 대회가 한국에 들어온 건 2012년이다. 하지만 지난해 두 번째 대회가 다시 열리기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수익성이 낮아 주관사가 라이센스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첫 대회를 눈여겨봤던 한 새내기 사업가가 계약을 따내고서야 재개될 수 있었다. B&S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최윤호 대표다.

엔터사와 피트니스는 연관성을 떠올리기 힘든 조합이다. 게다가 선수들의 참가비가 수익의 대부분인 피트니스 대회의 특성상 대규모가 아니면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150여명이 참가하는 WBFF는 규모로 따지면 중형급 대회에 속한다. 최 대표는 “수익을 남기려고 여는 대회가 아니다”라면서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출전 선수의 수를 제한했다”고 말했다. 이윤에 관심 없다 말하고 대회를 작품으로 표현하는 34살 젊은 사업가의 속내는 뭘까.

▶대회를 여는 이유가 뭔가.

최윤호 대표
최윤호 대표
“WBFF의 콘셉트부터 이해해야 한다. 전문 보디빌더가 아닌 일반인 참가자가 대부분인 대회다. 뷰티라는 이름이 들어간 만큼 자신을 얼마나 멋지게 꾸미는지도 중요하게 심사한다. 대중이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느낄 만한 인물을 찾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외국에서 WBFF는 파티와 쇼에 가깝다. 때문에 지난 대회에선 끼를 가진 참가자들이 많이 출전했고 일부는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대회 입상자 가운데 향후 연예계 진출을 원하는 이들이 있다면 회사가 적극적으로 기회를 제공하고 관리할 계획이다.”

▶오디션의 개념인가.

“비슷한 대회들 가운데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은 대회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정체성을 훼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WBFF를 통해 스포테이너(스포츠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를 발굴하려는 것은 맞다. 연예인을 뽑는 대회라기보단 원한다면 연예인이 될 기회를 주는 대회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예와 피트니스의 만남은 생소하다.

“‘몸짱 아줌마’ 정다연 씨와 ‘엉짱’ 유승옥 씨를 예로 들자면 젊은 세대에선 이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연예와 방송계 등용문이 넓어지고 피트니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어난 결과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몸만 좋아서 이름이 알려진 건 아니다. 탤런트로서의 재능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엔터사의 사업 아이템으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몇 년 전까지 모델로 활동했고 SM엔터테인먼트에서 뮤지컬 배우로 공연도 했다. 연예계에 10여년가량 있었던 셈이다. 몸에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직업이었다. 엔터사업을 시작한 뒤 오락적 요소가 있는 사업군을 찾다 보니 WBFF가 눈에 띄어 한국으로 가져왔다.”

▶다른 피트니스 대회들의 경우 수익성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수익률 1%여도 상관 없다. 내년 대회부턴 참가비도 받지 않을 것이다. WBFF와 엔터사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과 별개로 자회사에서 헬스보충제자판기 사업과 코스매틱 사업을 하고 있다. 자판기는 이번 대회를 통해 대대적 홍보를 할 계획이다. 코스매틱 사업의 경우엔 WBFF 참가선수를 모델로 기용하는 게 궁극적인 방향이다.”

▶모델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계기가 있나.

“배우 이다해 씨 때문이다. 중국에서 화장품 모델을 하고 있을 때 업체에서 한국 사업을 하고 싶으니 이다해 씨를 만나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1인 에이전시가 돼 스튜디오를 섭외하고 버스를 대절하는 등 관리자 역할을 해봤더니 적성에 맞다고 느꼈다. 그렇게 창업해 엔터사가 됐고 피트니스 대회까지 유치하게 됐다.”

▶사업가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피트니스와 헬스케어 시장은 IT, 패션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합종연횡이 진행 중이다. 엔터테인먼트 역시 충분히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스포테이너들이 이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고 앞으로는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싶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