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간(P2P) 대출 업체들이 고객 투자금을 반드시 은행 등에 분리 예치하도록 하는 제도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P2P업체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농협 신한 전북 광주은행 등은 신탁 방식 등으로 P2P 대출 투자금을 관리해주는 플랫폼을 내놨다. 은행에 투자금을 신탁하면 P2P업체가 파산하는 등의 경우에도 투자자들은 돈을 떼일 염려가 줄어든다.

P2P업체들은 지금까지 대출자금을 자체 계좌를 통해 관리해왔다. 이 때문에 P2P업체가 폐업·도산하거나 사업주가 자금을 횡령하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제대로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조만간 투자금을 은행 등의 별도 계좌를 통해 관리토록 제도가 바뀌어 이 같은 우려가 줄어들었다. 은행들은 P2P 대출 규모가 8680억원에 이르는 등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지자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P2P업체 모시기에 나섰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농협은행이다. 에잇퍼센트(8퍼센트), 미드레이트, 비욘드플랫폼, 모우다 등 15개 업체의 자금관리를 맡아주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오픈 API(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완비해 P2P업체들이 손쉽게 실시간 자금 입출금 시스템을 연동시킬 수 있어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신한은행도 어니스트펀드 등 P2P금융협회 회원사 15개 업체와 플랫폼 사용계약을 맺었다. 신탁법에 의한 신탁 방식으로 자금이 관리되기 때문에 업체 파산 시 제3자의 압류나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피플펀드와 손잡고 은행권 최초로 ‘P2P방식 은행대출’을 내놓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추가로 투게더펀딩, 줌펀드 등 업체의 자금관리를 하기로 했다. 해킹으로 투자자의 투자금이 불법 인출되는 사고를 방지하고, 투자정산 처리업무를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북·광주은행은 이들 업체와 P2P방식 은행대출을 확대하는 업무협약도 맺었다.

은행 관계자들은 다만 자금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P2P대출을 받은 사람이 돈을 갚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여전히 원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