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다음달 29일 돌아오는 금호타이어의 1조3000억원 규모 채권 만기를 3개월 연장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채권단 내부에선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불발되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위임한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회수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단독] "금호타이어 매각 불발 땐 '박삼구 경영권' 회수"
◆채권단 “우선 석 달 연장하자”

채권단은 26일 긴급회의를 열고 금호타이어의 1조3000억원 규모 채권 만기를 3개월 연장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우선협상자인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시한이 3개월 뒤인 9월이기 때문이다. 한시적으로 만기를 연장해놓고 향후 매각 여부에 따라 재연장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이 방침을 다음달 초 안건으로 부의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더블스타가 인수할 경우엔 더블스타 측이 요구하는 만기 5년 추가 연장에 대한 검토가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매각이 불발한다면 채권 회수가 즉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엔 박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당 채권에는 박 회장이 보유한 금호홀딩스(금호아시아나 지주회사) 지분 40%도 담보로 잡혀 있어서다.

채권단과 박 회장 측이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상표권 사용 협의다. 박 회장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함께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절반씩 갖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다음주에 금호아시아나 측과 상표권 사용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며 “더블스타 매각에 차질이 없도록 일정 기간 상표권 사용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은 이런 상황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박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얘기까지 나오는 모양인데 법정관리까지 갈 우려가 있는 회사를 9550억원에 매각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상표권 사용 문제에 대해선 “합리적인 조건을 전제로 상표권 사용을 5년간 허용할 의사는 있다”고 설명했다.

◆박삼구 회장 경영권 잃나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매각이 불발하면 박 회장에게 맡긴 경영권을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2010년 금호타이어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갈 때 박 회장에게 대표이사직을 위임했지만 8년간 별다른 성과를 못 냈다”며 “(박 회장은) 부실경영 책임을 져도 모자라는데 원칙에 따른 정상적인 매각마저 방해했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금호타이어의 중국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게 채권단의 분석이다. 금호타이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법인 5개는 지난 1분기 245억원의 적자를 냈다. 금호타이어는 2011년 중국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합성고무를 사용해 타이어를 만든 게 적발된 이후 판매가 급감했다. 이 와중에 현지에서 차입한 여신의 상환 압박도 계속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타이어의 전체 매출도 2012년 4조706억원에서 지난해 2조9472억원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 역시 2012년 3753억원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01억원에 그쳤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예정대로 더블스타에 매각된다면 경영권 회수를 논의할 필요도 없지만 불발 땐 경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 측은 “2014년 워크아웃 졸업으로 경영능력을 입증했는데도 경영권 회수까지 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정지은/박재원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