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선임비까지 보장"…52만건 팔린 운전자보험
자동차 사고에 따른 벌금, 형사합의금 등을 보장하는 운전자보험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교통사고 관련 처벌이 강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대 손해보험회사의 운전자보험 판매 건수는 지난 1분기 52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년 전인 2015년 1분기의 32만건에 비해 62.5% 늘어난 것이다.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형사·행정상 책임져야 하는 각종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은 운전자 본인으로 인한 사고에서 상대방이 사망하거나 부상했을 때, 혹은 자동차 등 재물 손해를 끼쳤을 때 보장하는 데 그친다.

하지만 운전자보험은 타인의 자동차를 운전한 경우에도 보상이 가능하다. 교통사고에 따른 각종 과태료, 변호사선임비도 보장받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교통사고 관련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인 데다 차량에 장착한 블랙박스로 신고 건수도 많아지면서 운전자보험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운전자보험을 팔 때 이익이 많이 남기 때문에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운전자보험의 손익분기점은 손해율 기준으로 78% 수준인데 현재 손해율은 60~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내준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보험사들은 운전자보험 인기가 많아지자 운전자보험 만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추고 있다. 기존 운전자보험은 100세 만기가 주를 이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 보험사는 80세 만기 상품을 같이 내놓고 있다. 보장기간이 짧아지는 만큼 보험료도 떨어진다.

현대해상의 ‘하이카운전자보험’의 경우 40세 남자 기준으로 100세 만기 상품은 월 보험료가 2만4000원이지만, 80세 만기 상품은 1만9000원가량이다. 월 보험료가 몇천 원에 불과한 운전자보험도 나오고 있다. MG손해보험은 삼성카드와 손잡고 보장범위를 벌금, 변호사선임비용, 교통사고처리지원금, 사망 등 네 종류로 줄인 ‘다이렉트 무사고할인 운전자보험’을 내놨다. 보장 종류가 적다 보니 월 보험료도 가입자 나이, 성별 등에 상관없이 2900원으로 같다.

보험사 관계자들은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더라도 △사고 후 도주(뺑소니) △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손해는 보상받지 못하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