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맥용 음악 플레이어를 만든 NHN벅스 iOS팀과 서비스기획팀. (왼쪽부터)개발을 담당한 하치용 씨와 기획을 맡은 조재우 씨, 손광현 iOS팀장.
국내 최초 맥용 음악 플레이어를 만든 NHN벅스 iOS팀과 서비스기획팀. (왼쪽부터)개발을 담당한 하치용 씨와 기획을 맡은 조재우 씨, 손광현 iOS팀장.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맥에서도 편하게 들을 수 있어 너무 좋네요"

애플의 맥(Mac) 앱스토어에서 '벅스'의 사용자 리뷰를 보면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이 자주등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월 출시된 '맥용 벅스 플레이어'는 국내 음원 서비스 업체가 처음으로 내놓은 맥 전용 플레이어였기 때문이다.

국내 맥 이용자들은 열광했다. 벅스 플레이어는 출시 당일 맥 앱스토어 인기 차트 1위로 직행했다. 사전 예고 없이 깜짝 공개했지만, 이용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커뮤니티에서 출시 소식을 공유하면서 저절로 홍보가 됐다.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좋아하실 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기대 이상의 반응이었습니다. 이렇게 폭발적인 호응은 처음이라 신기했어요."

NHN벅스 서비스기획팀의 조재우씨는 맥 플레이어 출시 2개월을 넘긴 지금도 얼떨떨한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출시 첫 날 반응으로 보자면 윈도용 플레이어 개편 때보다 훨씬 뜨거웠다는 이야기다.

손광현 팀장은 "경우에 따라 우선 순위와 기술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이용자 피드백을 최대한 많이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광현 팀장은 "경우에 따라 우선 순위와 기술적 어려움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이용자 피드백을 최대한 많이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드백도 즉각적이었다. 현재 맥 앱스토어에서 벅스에 달린 리뷰 수는 90개가 넘는다. 별점도 5개 만점에 4개 반을 기록 중이다. 벅스 고객센터로 직접 전화를 거는 열성 이용자도 하루에 수십명이나 된다. 벅스에만 10여년째 몸담고 있는 손광현 NHN벅스 iOS팀장도 이번과 같은 반응이 익숙치 않다고 했다.

"예전에는 앱(응용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하고나면 이용자 피드백을 일부러 안보기도 했어요. 안 좋은 이야기를 보고 상처를 많이 받아서(웃음)… 요즘에는 앱스토어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자주 들어가봐요."

"불평불만이 거의 없어요.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실 때도 '감사합니다. 잘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요~'로 시작하세요. 그러다보니 저희도 피드백 하나하나를 더욱 진지하게 읽고 해결하려고 합니다."(조재우)

벅스에서 맥 플레이어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 건 지난해 하반기. 이후 6개월 만에 나온 첫 결과물은 성공적인 셈이다. 그동안 윈도용 서비스 개발을 맡아온 하치용 씨에게 맥 플레이어는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잡자니 시간은 촉박했고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어 막막했다.

윈도용 서비스를 주로 개발해온 하치용씨는 누가봐도 '맥스러운' 플레이어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용자 데이터베이스(DB)가 없는 상황이라 초반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윈도용 서비스를 주로 개발해온 하치용씨는 누가봐도 '맥스러운' 플레이어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용자 데이터베이스(DB)가 없는 상황이라 초반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처음부터 윈도 플레이어 수준으로 만들려고 했다면 더 오래걸렸을 겁니다. 맥 이용자들이 원하는 기능인지도 모르는데 그걸 전부 넣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기능으로 먼저 출시하고 피드백을 반영하자는 식으로 전략을 짰어요. 맥 플레이어에 '개발자와의 대화방'을 넣자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건 좀 무서워서 뺐어요(웃음)."

실제로 맥용 벅스 플레이어를 보면 심플한 느낌이 강하다. 맥 운영체제(OS) 특유의 깔끔한 이용자 환경(UI)과 디자인을 살린 것도 있지만, 기능을 최소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는 벅스 차트, 최신 음악, 검색 등 주요 기능만 들어있다.

이들에게 맥 플레이어는 오래된, 하지만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였다. 맥 플레이어에 대한 주문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매번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였다. 제한된 인력으로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사실 맥 플레이어는 2009년부터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당시는 PC에서 모바일 시대로 급격히 넘어가던 시기였어요. 모바일과 맥 시장의 성장성을 보면 너무나 명백했거든요. 당연히 모바일 쪽에 힘을 실어야했습니다. 덕분에 벅스가 국내 음원 서비스 중에서 안드로이드는 최초로, iOS는 두 번째로 앱을 만들기도 했죠."(손 팀장)

모바일 서비스 경쟁 속에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어느덧 8년이 훌쩍 지났다. 손 팀장에게는 맥 플레이어가 늘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었다.

"어떤 플랫폼에서도 벅스를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저희 목표에요. 조금 늦었지만 맥 플레이어 개발에 나선 것도 경영진과 실무진이 모두 이런 목표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벅스는 그동안 이용자 규모에 상관없이 다양한 플랫폼에 최적화된 전용 서비스와 기술을 선보여왔다. 국내 최초로 구글의 콘텐츠 전송 기기인 크롬캐스트와 애플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플레이'를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2012년 윈도폰 전용 플레이어를 가장 먼저 출시한 것도 벅스였다.
8년차 서비스 기획자인 조재우 씨는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좋아하는데 이번처럼 주체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며 앱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뒤쪽 스크린에 보이는 것이 맥용 벅스 플레이어.
8년차 서비스 기획자인 조재우 씨는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좋아하는데 이번처럼 주체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며 앱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뒤쪽 스크린에 보이는 것이 맥용 벅스 플레이어.
국내에서는 맥 개발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13년에는 고등학생이 비공식 맥 플레이어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벅스는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이해찬 씨를 여름방학동안 인턴으로 채용해 함께 일했다. 당시 완성된 앱은 애플 측이 요구한 조건에 맞지 않아 맥스토어 공식 앱으로 등록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존 서비스가 안정화됐다는 판단 하에 맥 플레이어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원칙은 간단했다. 벅스의 정체성을 지키되 맥 플랫폼에 최적화시킬 것.

"맥 OS는 특히 누가 봐도 한 눈에 '이거 맥이구나'할 만큼 개성이 있어요. 이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그래서 잘 만든 맥 앱이라면 맥 이용자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직관적으로 쉽게 쓸 수 있어야 해요."(손 팀장)

"이용자에게 우리가 만든대로 '이렇게 써'라고 하면 안됩니다. 이용자가 맥에서 다른 서비스를 쓰던 대로 벅스를 자연스럽게 쓸 수 있어야 해요. 그러면서도 다른 벅스 앱들과 비교했을 때 너무 튀어서는 안되고요. 기존 벅스 플레이어와의 일관성과 맥 플랫폼의 특수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셈이죠."(조재우)
모두가 필요하다고 공감했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기 힘들었던 일. NHN벅스 iOS팀에게 맥 플레이어 개발은 그런 일이었다.
모두가 필요하다고 공감했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기 힘들었던 일. NHN벅스 iOS팀에게 맥 플레이어 개발은 그런 일이었다.
이제는 국내 최초를 넘어 최고를 만들고 싶은 게 이들의 욕심이다. 맥 이용자들과 접점이 생긴 만큼 서비스 완성도를 더 높여갈 수 있다고 세 사람은 입을 모았다.

"영광이죠. 개발자로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아요. 앞으로 경쟁 서비스에서도 맥 플레이어를 만들텐데 그때마다 비교도 많이 되겠죠. 최초에 머물지 않고 최고가 되려면 저희가 부단히 노력해야 해요. 업데이트를 하고 다음 버전을 내놓을 때도 지금처럼 좋은 평가를 받아야죠."(하치용)

"이게 최종본은 아니니까요. 이용자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조금씩 살을 붙여나갈 거에요. 앞으로도 늘 이용자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벅스가 될겁니다. 과거 벅스 윈도폰 이용자가 10여명 남짓이었지만, 그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던 것을 잊지 않으려고요."(손 팀장)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