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기저귀 팔던 유한킴벌리, 왜 시니어에 관심 가질까
1983년 국내에 첫 일회용 기저귀 하기스가 출시됐다. 하지만 안 팔렸다. 엄마들은 천 기저귀를 버리지 못했다. ‘엄마의 정성’이라는 정서 때문이었다. 유한킴벌리는 서두르지 않았다. 엄마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했다. 아기들을 데리고 나와 일하면 휴대용 기저귀 수요가 늘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노력은 3년 후 결실을 봤다. 하기스는 시장을 창출하고, 선두주자가 됐다.

유한킴벌리는 요즘 시니어의 취업과 사회생활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요실금 팬티 등 시니어 위생용품이 미래 성장산업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회문제 해결 등을 통해 새 시장을 창출하고 기업도 성장하는 전략이 34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근본부터 해결해야 시장 큰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함께일하는재단과 ‘시니어케어매니저 양성 및 활동 지원사업’을 벌였다. 요양시설 등에서 일할 55세 이상 시니어를 모집해 교육하고 파견하는 일이다. 은퇴한 간호사, 물리치료사, 요양보호사 등을 보내 고령 환자들의 건강 상담을 해주고, 정서 안정을 돕게 했다. 5개월 동안 30명의 시니어케어매니저가 일자리를 찾았다. 올해는 60명을 파견할 계획이다.

시니어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일을 돕는 공익유통기업 시니어허브도 운영한다. 시니어허브는 유한킴벌리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사단법인 50플러스코리안이 함께 운영한다. 제품 개발뿐 아니라 시니어 건강 상담, 동행 서비스 등 종합생활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유한킴벌리가 시니어 지원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수요가 창출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워킹맘’이 늘자 기저귀와 생리대 판매가 증가했듯 직장생활을 하는 시니어가 늘면 요실금 팬티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한국의 고령화 지수는 4.0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1.6)보다 높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단기간에 제품을 많이 팔기보다는 시니어 연령층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후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 인구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전체의 활력을 높이면서 새 시장을 창출하는 1석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워크로 효율성 높여

유한킴벌리는 일하는 노인층 즉 ‘액티브 시니어’가 앞으로 주요 고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경험도 이런 전략을 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일찌감치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요실금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관련 상품 매출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어서다. 국내에서도 요실금 언더웨어 브랜드 ‘디펜드’를 찾는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2년 첫 출시 이후 연평균 18%씩 매출이 늘었다. 한국인의 체형과 사용편의를 고려해 개발한 디펜드는 90호, 95호, 100호 등 속옷과 같은 사이즈로 표기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이를 위해 유한킴벌리는 30년간 벌여온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에 이어 ‘시니어가 자원입니다’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각종 광고를 내보내고, 행사도 연다. 시니어의 역동성을 주제로 한 29초영화제도 연다.

기업문화 혁신도 지원

유한킴벌리는 내부적으로는 기업문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있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직원들의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 2011년 ‘스마트워크’를 도입했다. 칸막이를 없앤 변동좌석제, 이름 끝에 ‘님’을 붙여 부르는 호칭 혁신, 복장 전면 자율화를 시행했다. 서울, 군포, 죽전, 부산, 광주, 대전, 김천, 충주, 대구 등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지어 자유롭게 근무토록 했다. 명절 전에 미리 고향에 내려가 근처의 스마트워크센터에서 근무할 수 있다.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에만 출근해 8시간을 채우면 된다. 스마트워크를 시행한 뒤 사원들의 직무 몰입도는 76(2010년)에서 87(2013년)로 올라갔고 내부 소통지수도 65에서 84로 크게 향상됐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지난해 사내 빅데이터 분석팀을 새로 꾸린 것도 장기적 관점에서 소비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투자”라며 “육아대디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등 잠재적 소비자와 미래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