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왼쪽 세 번째) 등 금융위 간부들이 25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회의실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왼쪽 세 번째) 등 금융위 간부들이 25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회의실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재벌개혁’ 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총수 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총수 일가 지분율 30% 이상 상장사’에서 ‘20% 이상 상장사’로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우선 통과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삼성생명,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등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대인 25개 대기업이 새롭게 규제 대상에 포함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을 받는다. 재계에선 문재인 정부가 경영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너무 빠르게 재벌 규제에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일감 몰아주기' 제재 강화…재계 "지분율 낮아지면 경영권 위협"
국정기획위에 참여 중인 여권 핵심 관계자는 25일 “재벌 총수가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편법 승계 도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법안은 야당도 이견이 없어 쉽게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감몰아주기 감시 및 제재 대상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사는 20% 이상)다. 국정기획위와 여당은 상장사 지분율 요건이 높아 규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일부 기업이 총수 일가 지분율을 30% 밑으로 일부러 낮춰 규제를 피해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분율 요건을 20%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엔 이 같은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18개 기업집단 소속 25개 상장사(작년 4월1일 기준)가 새로운 규제 대상이 된다. 삼성생명(총수 일가 지분율 20.82%), 이노션(29.99%), 글로비스(29.99%), GS건설(28.26%), 신세계인터내셔날(22.22%), 태광산업(26.27%), 카카오(21.18%) 등이 대표적이다.

규제 대상 기업이 △연간 거래액이 200억원 미만이면서 거래 상대방 매출의 12% 미만 △연간 거래액이 200억원 미만이면서 거래가격과 정상가격의 격차가 7% 미만 △효율성 긴급성 보안성이 인정될 경우 등의 요건에서 벗어나는 계열사 간 거래를 하면 공정위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이들 기업 중엔 경영상의 필요나 효율성에 따라 연 200억원 이상 등의 내부 거래를 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갑자기 거래 규모를 줄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총수 일가 지분을 20% 밑으로 낮춰 규제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글로비스는 현재 29.99%인 총수 일가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떨어뜨리려면 371만2500주(25일 종가 기준 약 5800억원)를 팔아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면 경영 안정성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지분을 살 우호적인 기관투자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기업과 관련해선 온통 ‘규제 강화’ 뉴스뿐”이라고 지적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을 판단할 때 직접 지분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를 매개로 갖고 있는 ‘간접 지분’을 포함할지도 관심사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