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탈조짐 보이는 통상공무원들
“4~5년마다 짐을 싸라는데 앞으로 누가 통상공무원을 하겠습니까.”

지난 24일 저녁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통상업무를 담당하는 A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6월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통상기능을 산업부에서 외교부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무부처가 달라지면 통상인력이 계속 이탈하고 전문성은 저하될 게 뻔하다”는 게 A씨의 하소연이었다.

산업부가 담당하던 통상업무가 외교부로 이관된 것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까지 15년간 외교부가 통상을 맡았다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다시 산업부로 돌아왔다. 이때 외교부에서 통상을 담당하고 있던 70여 명도 산업부로 옮겼다. 이 중 국장급 등 10여 명은 외교부로 돌아갔고, 50여 명은 통상업무를 계속하기 위해 산업부에 남았다.

하지만 통상기능이 다시 외교부로 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산업이나 에너지 등 산업부 내의 다른 부서로 옮기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다. “해외 공관업무를 최우선시하는 외교부 특성상 통상업무는 서자(庶子) 취급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새 정부가 무엇 때문에 통상기능을 이관하려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점도 통상공무원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에는 “재외공관을 해외 진출 기업의 수입 규제 대응 거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언급만 있고 통상기능을 외교부로 이전하겠다는 말은 없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한 토론회에서 패널의 질문에 “통상 부문은 외교부에 맡기는 것이 맞겠다”고 말한 게 전부다.

국정기획위원들도 “대통령의 뜻이니까 옮기겠다는 것”이라고 답할 뿐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진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통상 현안이 임박한 상황에서 조직을 바꾸는 게 맞느냐는 의문도 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전문성 훼손 우려에도 불구하고 통상기능을 옮겨야 하는 이유가 뭔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