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건물 사진.
한국은행 건물 사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5월 기준금리가 동결됐다. 내달 미국의 정책금리 결정을 앞두고 경계감이 커진데다 새 정부 정책 기대에 따른 경기 회복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25%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뒤 10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가장 큰 배경은 내달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다음달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은 Fed가 6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공개된 5월 FOMC 성명서를 통해 강력한 금리인상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또 위원들은 연내 4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자산 축소를 시작하겠다는 합의에 도달했다.

나중혁 KB증권 연구원은 "Fed는 성명서를 통해 3월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시점의 경제전망 스탠스를 유지했다"며 "6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Fed는 지난 3월 올해 첫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연내 금리를 2번 더 올릴 것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0.75~1.00%다. 한국이 연내 금리를 동결한다고 가정하고, 미국이 추가로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같거나, 미국이 더 높은 수준을 나타낼 수 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영국 폭탄테러 및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Fed의 긴축 정책이 기존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며 "대내적으로는 신 정부의 경기 부양 기대로 5월 금통위에서 낙관적인 경기 인식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경기부양 기대감이 커지는 점은 내수 경기에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실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10여개 해외 투자은행(IB)들은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평균 2.6%)를 2개월 연속 올려 잡았다.

새 정부는 경기부양책의 무게 중심을 통화보다는 재정에 두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앞세운 경제 성장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을 통해 10조원 규모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으며, 기획재정부는 이를 실천할 본격적인 예산 편성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정책으로 경기를 부양시킬 필요성이 줄어든 금통위는 금리 결정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1360조원에 달한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1.25%까지 인하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금리를 올릴 경우엔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 민간연구기관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한계가구가 감당해야 하는 이자 부담은 연간 332만원 늘어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계가구란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초과하는 가구를 뜻한다.

이슬비 삼성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 문제·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성이 있다"며 "민간소비 등 내수경기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점도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