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무한경쟁 시대' 승리하려면…대체 불가한 경험을 창조하라
지난 1월 미국 4대 백화점 가운데 하나인 메이시스는 1분기에 63개 매장을 폐점하고 1만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메이시스는 옴니채널을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도입한 백화점 중 하나다. 옴니채널이란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 구분 없이 동일한 쇼핑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으로도 지속적인 고객 감소를 못 견딘 것이다. 과거 한때 백화점은 ‘자본주의의 꽃’으로 고객을 유인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수없이 많은 상품을 둘러보는 쇼핑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경험이었던, ‘백화(百貨)’가 ‘백화(百花·온갖 꽃)’였던 시대다. 어쩌면 지금 미국 백화점들도 옴니채널을 통한 쇼핑의 편리성이 아니라 백화(百貨)를 대체하는 또는 백화(百花)에 덧붙이는 ‘어떤 경험을 줄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쓰타야 서점을 만든 마스다 무네아키가 쓴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를 보면 지금을 소비사회의 ‘세 번째 단계’로 정의한다. 제품과 입지를 파는 시대를 지나 삶의 가치를 높여주고 고객의 선택을 돕는 ‘제안 능력’이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쓰타야 서점은 여행, 요리 등 라이프 스타일별로 상품을 모아놓고 분야별로 ‘컨시어지(안내원)’라고 부르는 전문인력을 고용해 고객의 취향에 맞는 책이나 음악, 영화를 추천해주고 있다. 이것이 쓰타야 서점의 인기 비결이다.

위대한 제품들이 평범하게 되는 미래에 모든 기업은 경험을 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유한하기에 가장 희귀한 자원인 고객의 시간 점유율을 놓고 싸우는 ‘경험 경쟁’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미래는 1980년대 초 코카콜라의 고이주에타 회장이 콜라 시장의 점유율이 아니라 ‘위장의 점유율’을 얘기한 것처럼 특정 시장의 점유율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이런 경험의 무한경쟁 시대에 승자는 대체 불가결한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어떤 것이 대체 불가능한 경험이 될까.

첫째, 지금까지 세상에 없는 ‘새로움’의 경험이다. 인간과 기계, 현실과 가상세계 같은 이질적인 두 가지 융합을 통해 새로움을 줘야 한다. 익숙한 나의 현실에 증강현실(AR)을 통해 포켓몬이라는 상상의 세계를 가져온 ‘포켓몬고’처럼.

둘째, 나를 놀라게 하는 ‘의외성’의 경험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통해 나도 잘 모르는 나의 ‘니즈(필요한 것)’와 ‘원츠(원하는 것)’를 찾아내 나를 놀라게 하는 경험이 그것이다. 온라인 의류 판매회사 ‘스티치픽스’가 인공지능과 전문 스타일러를 통해 확신하지 못하는 나의 패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것처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가 라이프 스타일 분석을 통해 내가 원할 것 같은 제품을 내가 원할 것 같은 시간에 배달해 나를 놀라게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셋째, 내가 이해받고 보살핌받고 있다는 ‘깊은 공감’의 경험이다. 우리는 연결성 시대가 되면서 더 외로움을 느끼고 하이테크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 하이터치를 갈망한다. 소니에서 만든 ‘아이보’라는 감성 지능형 로봇 강아지가 있다. 1999년에 출시해 지금까지 20여 만대를 팔고 2006년부터 생산은 물론 애프터서비스도 중단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아이보를 수리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아이보 소유주들은 사설 서비스센터에 아이보를 ‘치료’하고 ‘입원’시키는 데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수리비용을 선뜻 지급하고 있다. 아이보 소유주들은 아이보를 나를 이해해주는 가족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Time in a bottle’이라는 팝송이 있다. 시간을 병 속에 집어넣었다가 오직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을 때, 오직 그때를 위해서만 시간을 사용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그 시간의 경험이 바로 대체 불가결한 경험 아닐까.

전창록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