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  CGV 대표는 “극장 플랫폼을 확대해야 K무비, K푸드 등 한류 수출도 힘을 받을 수 있다”며 “글로벌 CGV 플랫폼을 통해 한국 영화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 CGV 대표는 “극장 플랫폼을 확대해야 K무비, K푸드 등 한류 수출도 힘을 받을 수 있다”며 “글로벌 CGV 플랫폼을 통해 한국 영화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경영계획 수준을 맞추는 정도였습니다. 국내 관객 수는 거의 늘지 않았지만 점포 확장에 따른 운영비가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죠. 국내 관객은 올 들어 4월 말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늘었고 CGV 관람객은 6%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2, 3분기 실적은 국내외 콘텐츠 덕분에 더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군함도’ ‘남한산성’ ‘킹스맨’ 등 기대작이 줄줄이 개봉하거든요.”

서정 CJ CGV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에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는 평가에 이렇게 답했다. CJ CGV의 1분기 매출은 40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46억원으로 17.7% 감소했다. 그러나 서 대표는 중국과 터키, 베트남 등 해외 사업이 순항하고 있어 앞으로의 실적을 낙관했다.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서 대표를 만났다.

“작년도 실적을 평가해보면 해외에서는 목표 수준에 접근했지만 국내는 기대보다 15% 정도 못 미쳤어요. 불가측 변수라 할 수 있는 ‘촛불 시위’ 때문이었죠. 하지만 CGV가 터키에 진출하고 4DX(4차원 영화)가 신사업 부문에서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성과였습니다.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는 스크린을 지속적으로 확장했고요. 그런 노력에 따른 성과는 연내 나올 것입니다.”

그는 “해외 사업 성과도 늘어 올해 말에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처음으로 앞지를 전망”이라고 했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2020년에는 75% 정도까지 갈 것으로 봤다. 그는 이를 두고 내수산업이던 극장이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 대표는 우선 중국 시장의 스크린 확대 경쟁에 대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1위 사업자인 완다의 점유율이 13%인 데 비해 CGV는 3% 정도라고 했다. 상위 10위 사업자의 점유율을 합쳐도 4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춘추전국시대라고 소개했다.

“4~5년 전만 해도 CGV 점유율이 중국에서 20위권이었는데 지금은 6~7위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18개 극장, 133개 스크린을 새로 열었습니다. 올해에도 20여 개를 늘려 극장 수를 85개에서 110개로, 스크린 수를 660여 개에서 900개 이상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서 대표는 양적 경쟁은 쉽지 않기 때문에 품질 차별화에 승부를 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주춤했던 중국 영화시장이 올해는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승부수가 통한다면 CGV의 흑자 기조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도 극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CGV가 1위 사업자인 베트남과 2위 사업자인 인도네시아는 인구를 합쳐 3억5000만 명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두 나라에서는 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확장 속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베트남에서는 지난해 1400만 명을 모아 매출 1200억원, 영업이익률 9%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영업이익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 들어 할리우드 영화 ‘콩’이 베트남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웠고, CGV 관객도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9% 정도 늘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CGV의 스크린 점유율을 초기 8%대에서 15%대로 끌어올렸습니다.”

그는 터키의 마르스극장을 너무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는 일각의 평가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세계에 매물로 나온 극장 리스트를 살펴봤을 때 마르스는 국가적인 매력도, 시장의 미래 성장 가능성, 가격 적정성 등에서 최고였습니다. CGV가 사지 않았다면 중동 사업자가 인수했을 겁니다. CGV는 동남아시아 중심에서 유럽 지역으로 무대를 넓히는 효과도 거뒀습니다. 터키는 인구 규모, 국민소득, 영화시장의 성장 수준 등을 고려할 때 CGV와 E&M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가장 적합한 국가입니다. 중동과 유럽, 아프리카 등 인근 국가로 진출하기도 쉽고요.”

그는 4DX가 지난해 처음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비결도 들려줬다. 할리우드 메이저와 협상해 4DX용 콘텐츠를 꾸준히 늘린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4DX는 현재 48개국, 374개 스크린에 도입돼 있다. 지난해 여기서 상영한 105편 중 61편이 할리우드 영화였다.

“4DX가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이었어요. 하지만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꾸준히 협상했고 완다 등 해외 대형 극장 사업자와도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수립했습니다. 이제는 4DX용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메이저들이 4DX 상영을 원합니다. 원가 절감을 통한 경쟁력도 확보했고요. 중국에도 4DX 경쟁자가 있지만 기술력이 부족해 할리우드의 인가를 받지 못한 채 독자적으로 상영하고 있습니다. 기술 차별화, 시장 선점, 메이저와의 콘텐츠 수급관계 구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성공 비결입니다.”

그는 올해에는 또 다른 신기술인 스크린X 확산에 전력 질주하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기 때문에 콘텐츠 수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할리우드 영화 ‘그레이트 월’ ‘킹 아서’ ‘캐리비안의 해적’ 등이 개봉했고, 앞으로 메이저 배급사 작품을 더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의 금융, 미디어, 영화산업은 유대인이 장악하고 있어 다른 국가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4DX와 스크린X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것은 의미가 큽니다. 한국영화와 극장이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아가는 거죠. 이재현 CJ 회장은 사업보국을 강조합니다. CGV 플랫폼을 확대해야 K무비와 푸드 등 한류 문화 수출도 확산된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CGV 플랫폼을 통해 한국영화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겁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