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의 창의적 공간인 ‘V-스페이스’에서 개발한 모형을 살펴보는 직원들.
부산대의 창의적 공간인 ‘V-스페이스’에서 개발한 모형을 살펴보는 직원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인재 육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철저하게 읽어내고 아이디어를 창출해낼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토양을 다지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 르네상스 부산] "빅데이터 읽어내고 아이디어 창출해내는, 문제해결 능력 뛰어난 창의적 인재 육성"
전국 국립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직선제로 선출된 전호환 부산대 총장(사진)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지식 축적에만 대학 교육이 매몰돼서는 안 된다”며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교육체제를 갖추고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배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 저금리, 저소비, 저투자’가 지속되는, 과거의 경제 형태와 완전히 다른 ‘뉴노멀 시대’에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저성장 시대의 돌파구로 부상되는 점에 맞춰 창의적 지식인, 개방적 지식인, 봉사하는 지식인, 글로벌 전문인을 4대 인재상으로 삼아 교육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전 총장은 “백전백승을 이뤄내면서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해낸 이순신 장군은 척후병과 지역민의 정보를 사전에 확보하고 분석하면서 날씨와 조류, 무기능력을 최대로 활용하는 정보통 겸 지략가였다”며 “이순신이 조정에 보낸 장계(보고문서)를 보면 철저하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실전에 적용하는 모습이 적혀 있다”고 말했다. 이순신은 당시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요소인 빅데이터 수준의 엄청난 정보력을 발휘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전 총장은 사람들에게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크림전쟁에서 활약한 나이팅게일의 혁신가적 모습을 담은 책 ‘딜레인스 워(Delane’s war)’도 번역하고 있다. 나이팅게일이 통계학을 통해 부상병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사례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간호사가 전쟁터에서 숨진 병사보다 병원에서 감염 때문에 사망한 확률이 높다는 실태를 통계자료로 작성해 영국에 알리고 의료제도 개혁까지 이끌어낸 문제해결 능력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라고 그는 설명했다.

전 총장은 아이디어와 융합 교육을 강조했다. 빅데이터를 읽어내고 아이디어를 수립하려면 인문사회, 자연과학적 토양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말부터 ‘명저 50권 저자되기’ 프로젝트와 소프트웨어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단일 대학에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미국 시카고대의 힘이 고전 100권을 읽게 하는 허치슨 플랜 덕분이라는 판단에서다. 《피로사회》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감상욱의 과학공부》 《빛의 물리학》 《한국영화는 무엇을 보는가》 등의 도서를 선정해 저자 특강 및 학생과 교수가 토론을 펼치는 장을 마련했다. 한국오라클과 함께 ‘모바일 클라우드’ 과목도 개설해 이론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솔루션 기반의 실습교육과 앱(응용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술을 학습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했다. 대학에 3차원(3D)프린터를 비롯한 창작 장비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창의적 생산공간인 ‘PNU V-SPACE’를 새롭게 조성해 공과대학(기계제품개발)과 예술대(디자인)의 학제 간 융합교육과 산학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는 국제적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기초 다지기와 효율성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생산하면서 기술개발을 해내고 기초지식과 개념설계도 이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록 한국이 급성장한 점은 있지만 축적된 자산은 이론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산업 생태계는 실리콘밸리처럼 연구기능과 대학기능, 벤처기능과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성공할 수 있다”며 “창업하는 기업에 무조건 지원할 것이 아니라 실패를 경험삼아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 총장은 “부산대는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고 대학의 연구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 환경과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oT·정보통신기술(ICT), 첨단바이오융합, 스마트신소재, 지역거점 재난안전, 해양자원개발 등 5개 학문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해 대표 기술개발 전략과 연구비 확보 방안을 강구하는 등 연구의 세계화,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을 향한 노력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1월 부산대는 ‘IBS 기후물리 연구단(ICCP)’을 전국 국립대학 중 처음으로 유치하고, 세계적인 물리기후 분야 석학인 악셀 팀머만 미국 하와이대 해양학과 교수를 단장으로 초빙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세계적 석학을 초빙해 부산대를 세계에서 주목받는 기초학문 연구의 메카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송금조 선생의 305억원 기부로 양산캠퍼스에 의생명과학 연구중심대학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하고 있다”며 “부산대에 없는 수의과대학 유치, 울산의 연구중심대학인 UNIST와의 전략적 상생을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명문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