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단체들이 과도하게 위축돼 목소리를 못 낸다는 보도다(한경 5월24일자 A3면). 새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나 인사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 표명은커녕 통상적인 논평조차 주저한다는 것이다.

경제계의 분위기가 움츠러든 배경은 짐작할 만하다. ‘재벌개혁’이라는 공약이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도 어려운 판에 중요한 국정 책임자에 ‘새 얼굴’들이 속속 기용되고 있다. 최고 사정기관으로 인식됐던 검찰에는 말 그대로 ‘인사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성과연봉제 폐지 검토 같은 메가톤급 정책도 공공부문에 한정될 사안이 아니다. 안 그래도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호되게 당한 판에 ‘시범 케이스’로 걸리지 말자는 보호기제가 발동할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경제단체를 비롯한 재계의 침묵은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일자리 만들기 같은 고용·노동정책뿐 아니라 제반 경제현안에서 경제 5단체 등이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관행일뿐더러 당위성도 있다. 사무실에선 침묵하면서 밤에나 끼리끼리 불만을 토로하는 식의 무거운 분위기는 새 정부도 결코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기업의 입이 막힌 채로는 제대로 된 경제정책이 나오기도 어렵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 ‘성장·고용·복지가 함께 가야 한다’는 김진표 위원장의 역설(力說)이 실현되려면 성장과 고용을 직접 수행해내는 기업의 목소리부터 가감없이 반영해야 한다. 복지 또한 재원문제로 가면 결국은 기업과 사업자에 달린 것 아닌가. 관례대로라면 다음달 문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경제계 인사들도 동행할 텐데, 솔직한 대화가 가능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각 부처 보고를 받기 시작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공약을 100개로 줄여 정리하는 과정에서 재계의 이런 분위기도 충분히 감안하기 바란다. 재계와의 소통 강화를 향후 이행항목으로 아예 명시해두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