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웨지로만 벙커샷을 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9~8번을 잡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샌드웨지로만 벙커샷을 하는 게 아니다. 때로는 9~8번을 잡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골프를 하다 보면 공이 놓인 위치만 봐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일이 많다. 주말 골퍼라면 벙커에 들어간 공만 봐도 “타수 까먹었네!”를 마음속으로 되뇌게 마련이다.

한 타 정도 잃으면 그나마 예상한 일. 하지만 그린 주변 50야드 정도 거리에서 그린을 향해 길게 뻗은 ‘평행 벙커’에 공이 들어갔다면 한 타가 아니라 그 이상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잘 쳤다 싶었는데도 벙커를 탈출하지 못해 두세 번씩 다시 쳐야 할 확률이 높아서다. 결국엔 평정심을 잃고 공을 직접 때려 ‘홈런 OB(아웃오브바운즈)’가 나는 대참사로 연결되기도 한다. ‘모래지옥’이 따로 없다. 김지영 프로는 “그린 주변이든, 페어웨이 벙커든 세로로 길게 형성된 벙커는 프로도 꺼리는 해저드”라고 말했다.

공을 평소보다 약간 오른쪽에 놓고 두 발을 확실히 모래에 파묻는다. 풀스윙 시 상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공을 평소보다 약간 오른쪽에 놓고 두 발을 확실히 모래에 파묻는다. 풀스윙 시 상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탈출 확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샌드웨지가 아니라 더 긴 클럽을 잡는 것이다. 숙달된 프로는 샌드웨지로 공을 평소보다 오른쪽에 둔 뒤 모래와 공을 얇게 떠내는 ‘포 뜨기’ 기술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연습량이 부족한 아마추어는 클럽만 홀컵과의 거리에 비례해 긴 클럽을 잡는 게 유리하다. 샌드웨지의 평소 거리가 20야드라면 50야드는 세 단계 긴 클럽인 피칭웨지가 적당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풀스윙 시 몸이 위아래로 들썩이거나 좌우로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양발을 모래 속에 깊이 파 넣는 점을 감안해 한 클럽 더 길게 잡는 게 좋다. 파고 들어간 발의 깊이만큼 클럽이 짧아지는 효과가 생기는데, 이로 인해 비거리가 줄어드는 걸 한 클럽 정도 보정해주기 위해서다.

세 번째는 공을 살짝 오른쪽에 두는 것이다. 탄도를 약간 낮춰 비거리를 좀 더 내는 효과가 있다. 비거리를 확실히 확보하는 이유는 짧아서 벙커샷을 다시 하는 것보다 길어서 퍼팅을 한 번 더하는 게 확률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90타대의 보기 플레이어라면 페어웨이나 러프에서 하는 일반적인 웨지샷(또는 칩샷) 어프로치를 시도해볼 만하다. 일반 벙커샷과 같은 요령이지만 페이스와 왼쪽 어깨를 열지 않는다는 게 다르다. 클럽 헤드가 최대한 모래를 건드리지 않게 공만 떠내야 하므로 섬세한 어드레스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김용준 프로는 “공과 모래 사이에 리딩웨지(페이스 맨 아래 날)를 끼워넣는다는 생각으로 헤드 무게를 느끼며 부드럽게 스윙하는 게 요령”이라고 조언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