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만능 비빔장이 뭐길래…"별도판매" 30년 요청에 출시
팔도는 1983년 9월 처음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팔도라면 참깨’와 녹색의 ‘클로렐라 라면’이 첫 제품이었다. 후발주자다운 신선함은 중장년층에게 추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팔도가 이때 보여준 최고의 혁신은 스프였다. 당시 라면 스프는 모두 분말이었다. 팔도는 ‘팔도라면 참깨’에 처음으로 액상스프를 적용했다. 지금은 고급 라면 상당수가 액상스프를 사용한다.

팔도는 이듬해 액상스프를 넣은 두 번째 제품을 내놨다. 팔도비빔면이다.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라는 광고와 함께 지금도 여름라면 시장의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국 유명 맛집의 비빔냉면과 비빔국수 등을 연구해 매콤 새콤 달콤한 맛의 황금비율을 찾아낸 노력과 차가운 라면이라는 혁신에 소비자들이 답한 셈이다.

비빔면은 출시 후 30년간 뚜렷한 경쟁자 없이 순항했다. 하지만 2, 3년 전부터 다양한 라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팔도 경영진은 위기를 느꼈다. 대책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제품에 반영하는 것이었다. 불만을 살펴봤더니 ‘양이 적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팔도는 이 의견을 제품에 반영했다. 작년 3월 나온 ‘팔도비빔면 1.2’가 그 제품이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중량을 20% 늘렸다. 한정판으로 낸 2000만 개가 석 달 만에 다 나갔다. 소비자들은 올해도 다시 내달라고 요구했고, 팔도는 가격 인상 없이 다시 제품을 내놨다.

팔도는 최근 가장 오래된 소비자들의 요구 하나를 더 받아들였다. 비빔면의 핵심인 액상스프를 별도 제품으로 내놓기로 한 것. 팔도 관계자는 “비빔면 출시 후 34년간 스프만 별도로 판매하라는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고 말했다. 팔도는 지난달 1일 블로그를 통해 미리 소비자의 반응을 살폈다. 만우절 이벤트로 ‘NEW 팔도 만능비빔장 출시!’라는 글을 올렸다. 김기홍 팔도 마케팅팀장은 “만우절 농담 이벤트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좋아 만능비빔장을 내놨다”고 말했다.

5월 말부터 비빔면 5개 묶음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비빔장 1개를 사은품(사진)으로 증정한다. 이 비빔장도 200만 개 한정판으로 준비했다. ‘팔도 만능비빔장’은 40g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추장 대신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거나, 삼겹살, 골뱅이를 찍어 먹을 수 있다”며 “요리 초보자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팔도는 비빔장이 비빔면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빔면은 지난 3월 한 달간 1000만 개가 판매됐고, 올해는 처음으로 연간 1억 개 이상 팔릴 것으로 팔도는 기대하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