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안야 힌드마치 슬리퍼>
<사진: 안야 힌드마치 슬리퍼>
슬리퍼 하면 떠오르는 건 희고 검은 무늬로 이루어진 줄이 세 개 그어진 삼선 슬리퍼다. 편안한 운동복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집 근처를 배회하는 모습은 딱 '동네 노는 형(누나)' 정도의 느낌이랄까.

동네 형의 사랑을 받던 슬리퍼가 최근 2~3년 사이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유행하더니 올 여름에는 최고의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놈코어, 애슬레저룩의 열풍으로 무심하게 신은 듯한 편안한 슬리퍼가 멋스러운 스타일로 재조명받는 모습이다.

2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자라, H&M 등 중저가 브랜드는 물론이고 지방시, 샤넬 같은 해외 명품 브랜드도 앞다퉈 슬리퍼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슬리퍼는 가죽에 밍크까지 입고 가격도 수백만원 대로 치솟았지만 나오기 무섭게 완판 행진이다.

영국 디자이너 브랜드 '안야 힌드마치'에서 선보인 양털 슬리퍼는 100만원 대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 입고된 지 한달 만에 모든 제품이 완판됐다.

이 제품과 비슷한 계란 프라이 장식의 양털 슬리퍼도 모두 판매돼 더 이상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다.

지방시에서 출시한 다양한 패턴의 슬리퍼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방시는 흔히 보던 고무 소재의 검정 슬리퍼에 로고와 패턴을 새겨 넣은 제품부터 털로 장식한 슬리퍼까지 각양각색 슬리퍼를 대거 출시했다.

특히 킴 카다시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신어 화제가 된 그레이 색상의 지방시 밍크 털 슬리퍼는 국내 입고 물량이 모두 팔려 한발 늦은 고객들은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아크네 스튜디오 슬리퍼(좌), 지방시 슬리퍼(우)>
<사진: 아크네 스튜디오 슬리퍼(좌), 지방시 슬리퍼(우)>


샤넬은 고유의 체인으로 발등을 장식한 패브릭 소재 슬리퍼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 역시 살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할 정도다.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에서 내놓은 가죽 소재 슬리퍼도 비슷한 디자인의 샌들보다 40% 이상 잘 팔리고 있다.

슬리퍼는 편안한 착용감으로 남녀노소가 즐겨신었지만 패션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특히 패션업계 보다는 스포츠 업계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왔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 패션 트렌드가 억지로 꾸민 듯한 차림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슬리퍼가 유행의 중심에 섰다. 국내외 중저가 브랜드에서도 올 여름 다양한 슬리퍼 제품을 발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한 바이어는 "올해 여름 시즌에는 샌들 대신 슬리퍼가 여성들의 발을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장에도 청바지에도 모두 어울리는 디자인이 대세"라고 말했다.

☞ 용어

놈코어= 노말(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
애슬레저룩= 애슬래틱(Atheletic)과 레저(Leisure)를 합친 말로 일상복 또는 운동복으로
모두 입을 수 있는 옷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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