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실상사 불상 머리서 '대반야경' 나왔다
전북 남원 실상사 극락전의 건칠불좌상의 머리 안에서 뽕나무로 만든 종이에 은가루로 글씨를 쓴 고려시대 ‘상지은니(桑紙銀泥)대반야바라밀다경’(사진)이 발견됐다.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제정)는 23일 “실상사 극락전 건칠불좌상과 보광전 건칠보상입상의 제작 기법과 보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비파괴 조사기법인 3D-CT 촬영을 한 결과 건칠불좌상의 머리 안에서 고려시대에 조성된 대반야바라밀다경 1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불상은 2005년 X선 조사에서도 머리 안에 복장이 들어 있는 것으로 관찰됐으나 무엇인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3D-CT 촬영을 통해 접힌 책에 금속성 물질로 쓴 글자들이 겹쳐 있는 것이 관찰돼 금물이나 은물로 쓰인 경전일 것으로 추정됐고, 보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꺼내본 결과 상지에 은물로 쓴 사경(寫經)임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불상을 3D-CT로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경은 전체 600권 중 권제 396에 해당하는 것으로, 경전 끝에는 이장계와 그의 처 이씨가 시주했다는 기록이 있다. 뽕나무 종이에 ‘대반야경’을 은니로 사경해 절첩장 형태로 꾸민 경전은 국내에 4점만 남아 있어 희소가치가 매우 크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건칠불상은 흙으로 불상을 만든 뒤 표면에 옻칠과 삼베를 반복해서 붙여 완성한다. 나중에 내부의 흙을 모두 제거하므로 가볍고 옻칠의 특성상 부패에 강하다. 국내에는 고려~조선시대 건칠불상 20여 구가 남아 있다.

실상사 건칠불상 2구는 모두 조선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여러 차례의 수리와 개금으로 외관이 변형돼 원형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연구소는 “3D-CT로 조사한 결과 금박층 아래에서 제작 당시 원형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불상 표면의 개금을 제거하지 않고 원형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