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부활 기회' 사라지는 대입 전형
고교 1학년 자녀를 둔 A씨는 얼마 전 아들의 메모를 받고 큰 고민에 빠졌다. ‘내가 자퇴를 해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아들은 ‘첫 시험에서 대학 갈 애들이 이미 결정되는 학교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다’며 검정고시로 대학입시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A씨는 “포기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학생부가 더 중요해진다고 하니 아들의 선택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7월 교육정책 대변화 예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절대평가제로 전환되고, 논술전형이 폐지되는 등 대입 제도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학부모와 수험생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내신 관리에 실패한 이들일수록 동요가 크다.

‘고3 때 맘잡고 공부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건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수능 무력화로 ‘패자부활’의 기회마저 없어지면 자퇴 학생이 늘고, 학업 포기 학생도 속출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문재인 정부는 대입 제도 등 주요 교육정책을 올 7월 발표할 예정이다. 사교육 감소라는 큰 틀에서 제도가 변경될 전망이다. 이 중 관심의 초점은 대입 정책이다. 대선후보 시절 문 대통령은 수능 절대평가제를 현 중3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1학년도부터 적용하고, 논술전형은 현 고1부터(2020학년도) 없앤다고 공약했다.

수능과 논술은 대표적인 사교육 유발자로 낙인 찍혀 있다. 일반고교에선 ‘수능 준비는 학원에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논술 역시 강남 사교육의 전형으로 알려져 있는 터라 공약대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김종우 서울 양재고 교사(진학부장)는 “학교에선 논술 지도를 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논술전형은 사교육 시장이 발달한 서울 강남에 유리하긴 하다”고 지적했다.

◆교내 교육격차 더 커질 듯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입에서 학생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1·2등급 학생과 그 외 학생 간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여의도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한 번이라도 방황했다간 학생부로 대학 들어가는 건 불가능한 게 요즘 현실”이라며 “그나마 수능과 논술이 내신 관리에 실패한 아이들이 대학에 갈 수 있는 통로”라고 말했다.

자퇴를 고민하는 고1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일반고는 상위권 대학에 학생을 많이 보내기 위해 교과든 비교과든 1·2등급 학생 위주로 학생부를 관리할 수밖에 없다”며 “내신 관리에 실패한 학생은 일반고에 다니면서 수능 등을 준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퇴자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낀세대’로 불리는 고1 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번지고 있다. 김 교사는 “논술도 없어지고, 재수라도 하면 수능 절대평가제로 대입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검정고시생을 위한 보완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임 대표는 “학생부가 없는 검정고시생들을 위한 대입전형을 따로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