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서울에서 발표한 ‘규제개혁보고서-한국 규제정책’은 여러모로 시사점이 많다. 그간 한국이 상당한 성과를 냈다며 ‘현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라’는 권고가 먼저 주목된다. 가장 공감이 가는 대목은 전체 법률안의 90%에 달하는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품질관리’가 제도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국회가 먼저 규제영향분석을 하고, 규제품질관리 기구도 설치하라고 권유했다. OECD의 고언은 국회가 파급효과를 제대로 감안하지 않은 채 너무 쉽게 법을 만든다는 비판에 다름 아니다. 입법예고, 공청회, 규제영향, 비용추계서 첨부 등 여러 측면에서 의원입법은 일사천리로 된다고 할 정도로 정부입법보다 수월하게 진행되는 게 사실이다. 국회가 규제의 진앙지요, 원흉이라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OECD가 국가별 보고서까지 내며 재촉할 정도로 규제혁파는 세계적인 추세다. 국가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규제의 75%를 철폐하겠다며 새 규제를 만들 때 기존 규제 두 개를 없앨 규제개혁 태스크포스를 각 기관에 설치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영국은 지난해부터 한 개의 규제를 도입할 때 셋을 철폐하는(1 in, 3 out) 규제개혁에 나섰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 중 하나도 규제완화를 포함한 경제개혁이다. 어제는 2020년 올림픽에 대비해 ‘최소 5개’라는 숙박업소 객실규제 철폐 소식도 들려왔다.

지난 정부들도 ‘전봇대’ ‘손톱 밑 가시’ 등의 상징어와 함께 규제개혁에 나섰다. 그런데도 기업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기업하기 좋은 환경개선 및 과잉규제입법 방지’(무역협회) ‘안 되는 게 없는 나라 건설’(경총) ‘고용의 이중구조 해소 및 서비스산업 발전’(대한상의) 같은 재계의 규제혁파 요구가 줄을 이었던 배경이다. ‘고르디우스 매듭’을 푼다는 정도로 국회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과 김동연 경제팀이 가장 먼저 심혈을 기울여야 할 일은 국회 설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