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2년여간 유지해온 ‘은행 수수료 자율화’ 기조를 바꿀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제도’ 도입을 내걸면서 기존 정책기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문 대통령의 금융공약 중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제도와 관련한 이행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집에서 “(적정성 심사제도를 도입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고 수수료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함부로 수수료를 올리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새 정부 경제팀에서 주요 공약 이행과 관련한 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면서도 “기존 정책과 상반된 공약이어서 고민스럽다”고 귀띔했다.

금융위는 2015년 8월 은행 수수료 자율화를 약속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은행 가격 결정에 자율성을 주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해 1월에는 “금융당국이 금리·수수료 등 금융회사의 가격 결정에 행정지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금융규제 운영규정도 내놨다. 금리, 수수료 결정 과정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게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은행은 잇따라 수수료를 상향 조정했다. 씨티은행이 지난 3월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기로 한 데 이어 일부 은행이 타행송금 수수료 등을 올렸다.

하지만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제도가 도입되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은행권의 관측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의 수수료는 해외 은행들에 비해 크게 낮은 편인데도 수수료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크다”며 “적정성 심사제도가 도입되면 아무래도 은행들이 수수료 인상을 못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