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대해 정책감사를 벌이고 6개 보를 다음달부터 상시 개방하라고 22일 지시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2016년 8월 부산·경남 지역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부산 낙동강 유역을 찾아 녹조 실태를 파악하는 모습. 왼쪽부터 배재정 전 의원, 민홍철 의원, 문 대통령, 박재호·최인호 의원.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대해 정책감사를 벌이고 6개 보를 다음달부터 상시 개방하라고 22일 지시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2016년 8월 부산·경남 지역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부산 낙동강 유역을 찾아 녹조 실태를 파악하는 모습. 왼쪽부터 배재정 전 의원, 민홍철 의원, 문 대통령, 박재호·최인호 의원.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 강 6개 보를 다음달 1일부터 상시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도 “과학적으로 신중히 판단해 보 철거 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가 존치 또는 철거의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이다.

보 전체 개방 수순으로 가나

김 수석은 이날 “하절기를 앞두고 녹조 발생 우려가 심한 6개 보부터 상시 개방할 것”이라며 “취수와 농업용수 등 이용에는 제약이 없는 수준에서 수문을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10개 보는 생태계, 용수 공급 상황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개방 수준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김 수석은 “1년간 16개 보를 면밀히 관찰해 내년 말까지 (철거 등) 처리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이날 4대강 보 개방을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다음달 1일부터 즉시 개방에 들어가는 보는 낙동강 강정고령보·달성보·합천창녕보·창녕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 등 6개다. 이들 보는 다른 10개 보에 비해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아 수문 개방이 쉬운 데다 녹조 발생이 심해 이같이 결정됐다.

이날 청와대가 지시한 ‘보 즉시 개방’은 지난 3월 정부가 4대강 일부 오염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댐-보-저수지 연계운영방안’보다 강도가 훨씬 높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2015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무총리실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 활동을 근거로 댐-보-저수지 연계운영방안을 내놓았다. 녹조가 심할 때만 댐·저수지에서 비축했던 물을 방류해 보의 수위를 일시적으로 낮추면서 녹조를 유속의 힘으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당초 보 개방 기준은 홍수가 예상될 때 제한적으로 수문을 여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댐-보-저수지 연계운영에선 보가 제 역할(저류조)을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수문을 개방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상시 개방하면 사실상 보는 해체 단계에 들어서는 것과 마찬가지란 지적이다.

추가 조사 1년 이상 걸릴 듯

이번에 상시 개방 대상에서 제외된 한강 강천보·여주보·이포보, 낙동강 상주보·낙단보·구미보·칠곡보, 금강 세종보·백제보, 영산강 승촌보 등 10개 보도 결국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과 관계없는 기존 보(한강 신곡수중보)까지 개방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신곡수중보를 철거하면 녹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2015년 서울시 용역을 근거로 해서다.

청와대는 “4대강 사업의 큰 실책은 자연환경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사업을 너무 조급하게 추진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 철거 후 재자연화, 보 존치 등에 대해 과학적으로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년간 평가한 뒤 결론을 내릴 수 없으면 조사기간을 연장할 방침이다.

그러나 가뭄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보 개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전국 강수량은 평년(272.5㎜) 대비 85% 수준이다. 경기 강원 충남 전남 등에서 가뭄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공주보가 개방되면 공주 일대 농지에 대한 물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본격적인 모내기철을 맞아 가뭄 피해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주시에서 농사를 짓는 A씨는 “쩍쩍 갈라진 논이 많다”며 “공주보만 믿고 모내기를 하고 있는데 물을 다 흘려보내면 농민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한숨지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