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박성현 선수와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박성현 선수와 악수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스포츠 경영] 식지 않는 '오너들의 스포츠사랑'…비인기 종목을 국민스포츠로 만들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상금이 걸린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 2016’을 열고 정몽구 회장부터 지속해 온 ‘양궁 사랑’을 이어갔다. 부자가 32년째 양궁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대한양궁협회장인 정 부회장은 대회장을 찾아 선수들과 악수하고 경기장에 남아 예선전을 관람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재계 총수들은 스포츠와 인연이 깊다. 양궁 야구 핸드볼 등 종목도 가지가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위해 비인기 종목을 통 크게 지원하는가 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종목을 열정적으로 응원하기도 한다.

◆야구·축구에 빠진 오너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LG트윈스의 광팬이다. 동생 구본준 부회장도 야구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구 회장은 LG트윈스 창단 당시 초대 구단주를 맡았고, 2000년에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캠프를 찾기도 했다. 야구 사랑은 남성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구 부회장은 2012년부터 여자 야구도 후원하고 있다. 2014년에는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를 창설했고, 본인이 시구를 맡을 정도로 대회 발전에 애정을 쏟고 있다. 여자 야구 불모지인 한국에서 꾸준히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2015년 8월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야구대회 축사를 통해 “여자 야구의 저변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며 “머지않아 인기 스포츠 종목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축구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허 회장의 축구 사랑은 GS그룹이 LG그룹과 분리할 당시에도 축구단에 대한 강한 애정을 보여 현재 ‘FC서울’이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허창수 구단주의 FC서울 사랑은 구단주를 맡은 1998년부터 19년간 쉼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82년 삼성라이온즈 출범 당시 구단주를 맡았으며 이후 프로야구단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소문난 야구광이다.

◆비인기 종목 통 큰 후원

재계 총수들의 스포츠 사랑은 야구 축구 등 인기 종목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정몽구·정의선 부자는 양궁 사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한민국 양궁이 명실상부한 세계 양궁계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뛰어난 성적(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을 올린 양궁대표 선수단에 8억8000만원을 따로 포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이 사상 처음 전 종목을 석권하며 세계 최강으로 우뚝 선 배경에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 부자의 32년 후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인기 종목이던 양궁을 한국의 대표 올림픽 종목으로 키워냈다는 이유에서다.

핸드볼 선수 출신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 핸드볼 분야의 숨은 공로자다. SK는 2007년 핸드볼큰잔치와 국가대표팀이 후원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을 때 지원을 시작했다.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최 회장은 이후 통 큰 지원을 이어갔다. 2011년에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 핸드볼 전용 경기장을 지어 협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경기장 설계와 공사비만 434억원을 투자했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수원에서 열린 ‘제16회 아시아여자핸드볼 선수권대회 결승전’을 직접 관람한 뒤 일본을 꺾고 우승한 선수단을 격려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생활체육 핸드볼 단체와 통합한 통합핸드볼협회장에 취임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