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미사일 발사에 긴급통화? > 21일 휴가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로 내려간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저녁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내정자)에게 전화를 건네받아 통화하고 있다. 이날 임명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 北 미사일 발사에 긴급통화? > 21일 휴가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로 내려간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저녁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내정자)에게 전화를 건네받아 통화하고 있다. 이날 임명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북한이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지 1주일 만인 21일 또다시 미사일을 쐈다. 미국 AP통신은 익명의 미국 관리 말을 인용해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고 정부는 북한을 강력 규탄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외교안보 라인의 대북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강력 규탄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 인사를 직접 발표한 뒤 휴가를 떠났다. 휴가지인 경남 양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8분 후인 오후 5시7분 정 실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고 곧바로 NSC 상임위 소집을 지시했다. 오후 6시27분까지 상임위 결과를 포함해 모두 다섯 차례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NSC 상임위 차원에서 확고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정부도 즉각 대응했다. 정부는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북한의 거듭된 도발은 우리 신정부와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대한 기대와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행동으로서, 정부는 금번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미·중·일·러 등 주요국에 대한 특사단 파견을 통해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보실장 임명한 날 북한 도발…휴가 떠난 문재인 대통령, 8분 만에 첫 보고 받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실망스럽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의 도발 중단을 요구해왔고 앞으로도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이날 오후 6시20분께 NSC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회의 후 “국제사회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짓밟는 것으로 세계에 대한 도전”이라며 “오는 26~27일 이탈리아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북한 문제를 주요 과제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마이웨이’

한·미 양국은 최근 압박과 대화라는 ‘투 트랙 대북정책’을 구사 중이다. 미국은 지난달 6~7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선제타격 가능성을 거론하며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만나는 게 적절하다면 영광스럽게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8~9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과 미국 측 인사가 만나는 ‘1.5 트랙’ 대화도 재개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8일 홍석현 통일외교안보 특보와 만나 “현 단계에서 대북 군사행동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14일 준(準)ICBM으로 평가되는 IRBM ‘화성-12’를 발사했다. 최고 고도 2111.5㎞까지 올라가 787㎞를 비행했다. 전문가들은 신형 액체 엔진을 사용해 발사에 성공한 첫 IRBM이어서 신형 엔진 3개를 묶으면 1만3000㎞ 이상 날아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봤다. 북한이 이날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ICBM과 핵무기 실전 배치를 향해 질주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부의 새 외교라인의 대응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