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달님을"…극성 '문팬', 교수·기자까지 뭇매
‘문재인 지킴이’를 자처하는 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자들이 온라인상의 모든 비판을 차단하고 나서 ‘사이버 테러’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합리적인 비판을 넘어 아찔할 정도의 위협적 언사를 동원하는 점이 문제다. ‘달빛 기사단’으로 불리는 일부 극단적 지지자들이 대표적이다.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공격대상을 지목하고 댓글 폭탄을 퍼붓는 식이다. 이들의 맹목적 행태가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할 정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평소 언론에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 온 A교수는 21일 “문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비판했다가는 지지자들의 뭇매를 맞으니 말 한마디 하기가 겁난다”고 털어놨다.

그는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지지자들의 욕설과 비난에 시달리는 동료 교수들을 보고 이달 초부터 언론 대응을 잠정 중단했다. A교수는 “교수들이 문 대통령을 비판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말은 최대한 꺼리고 있다”며 교수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인이나 평론가도 몸을 사리고 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팬클럽의 사이버 테러가 심각한 지경”이라며 “친문 팬클럽의 자제와 해산을 촉구한다”고 했다가 수많은 조롱 댓글에 시달렸다.

언론도 주요 공격 대상이다. ‘진보성향’ 매체라고 봐주는 것도 없다. 얼마 전 한 진보 인터넷 매체는 문 대통령 부인을 ‘김정숙 씨’라고 표기했다가 “김정숙 여사는 일반인이 아니다”며 기자를 비난하는 댓글들에 곤욕을 치렀다. 한겨레신문 기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뭇매를 맞았다.

극성팬들은 이른바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 DB’를 만들어 압박하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DB(데이터베이스)를 만들자는 글이 올라와 지지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확산됐다. B교수는 “언론도 시민들의 비판을 감내해야 하지만 기자 개인에 대한 ‘신상 털기’가 심해지면 언론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 비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회사원 김모씨(28)는 “문 대통령의 일부 극성 팬들이 반대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일부 극단적인 행태가 문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극성 지지자들은 ‘지지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반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허망하게 보낼 수 없다”,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며 전투 의지를 다짐하는 글들이 보인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지난 2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선악의 이분법이 여론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합리와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