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올해 1분기에만 4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정유·화학업계가 이란산 원유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 이웃한 중동 국가들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더 많이 추출할 수 있어서다.

2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분기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4672만9000배럴로 작년 같은 기간(2284만9000배럴)보다 105%나 급증했다. 국가별 수입량에서도 쿠웨이트(3946만4000배럴)를 밀어내고, 사우디아라비아(7711만7000배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 전인 2011년까지만 해도 연간 8718만4000배럴에 달했지만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서 감소하기 시작해 2015년엔 절반 수준인 4240만배럴까지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국제 경제 제재가 풀린 이후 수입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엔 화학업체들이 이란산 원유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 1분기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SK인천석유화학이 1307만배럴로 가장 많았고, 한화종합화학과 프랑스 토탈 합작사인 한화토탈(1136만배럴), 현대케미칼(923만배럴), SK에너지(773만배럴), 현대오일뱅크(514만배럴)가 뒤를 이었다. 화학업계는 주로 이란산 초경질 원유(콘덴세이트)를 들여오고 있다. 콘덴세이트는 정제 시 일반 원유보다 많은 나프타를 생산할 수 있다. 가격도 1분기 기준 배럴당 53.7달러로 카타르(57달러) 등 중동 다른 국가 콘덴세이트 가격보다 저렴해 경쟁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