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업을 잠정 중단한 팬택이 자사가 보유해온 기술 특허를 처분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경영 위기 타개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미국 특허청(USPTO) 등에 따르면 팬택은 작년 10월31일 230건에 달하는 미국 특허를 골드피크이노베이션즈(골드피크)에 양도하는 데 합의했다. 핵심 자산인 특허를 모두 매각할 경우 일부 특허가 중국 업체 등에 넘어갈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골드피크는 지식재산 거래와 라이선싱, 자산 유동화 등을 핵심 사업 목적으로 내세운 일종의 ‘특허 괴물(patent troll)’이다. 골드피크는 팬택의 특허에 관한 모든 권리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얻거나 특허를 침해한 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 제3자에게 다시 특허를 넘길 수도 있다.

2015년 10월 통신장비업체 쏠리드에 인수된 뒤 팬택은 대주주 대출에 연명해 지금까지 버텨왔다. 작년 한 해 517억원의 매출보다 많은 5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팬택은 작년 6월 신작 스마트폰 ‘아임백’(IM-100)을 출시하면서 만회에 나섰지만, 총 출하량이 13만2000여 대에 그쳐 목표치 30만 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업계에선 팬택이 조만간 특허를 추가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매각 대상은 골드피크가 될 수도 있고, 팬택의 특허를 원하는 다른 국내외 특허 괴물이나 스마트 기기 제조사가 될 수도 있다. 팬택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특허 2036건과 해외 특허 1111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감사보고서에서 ‘특허 수익화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언급했다.

팬택 관계자는 “특허 수익화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코멘트할 수 없다”며 “스마트폰 사업을 아주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