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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마녀사냥

입력 2017-05-19 18:31:59 | 수정 2017-05-20 00:41:05 | 지면정보 2017-05-20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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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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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6년 독일 남서부 슈파이어에서 라틴어로 쓰인 책 한 권이 출간됐다. 도미니코 수도회 수사인 하인리히 크라머와 야콥 슈프랭거의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이다. 우리말로 ‘마녀들의 망치’다. 마녀의 특성, 색출법, 재판방식 등을 담은 마녀 백과사전 성격이다. 이 책으로 인해 수만 명이 처형되고 수백만 명이 공포에 떨 줄은 저자들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이 널리 퍼진 것은 그 즈음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 발명(1445년)과 연관이 있다. 활판인쇄술로 먼저 성서를 인쇄해 종교개혁과 계몽의 시대를 열었지만, 동시에 《마녀들의 망치》도 대량으로 찍어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마녀사냥(witch-hunt)’은 12세기 이단(異端)재판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교회 권위가 약화된 15세기 들어 마법·마녀 재판으로 변형돼 근 300년간 집단 인간사냥으로 치달았다. 줄잡아 20만 명이 마녀재판으로 처형됐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이 잔 다르크(1412~1431)일 것이다.

마법사와 마녀는 본래 출산, 의료나 점, 묘약 등 주술적 기능을 맡은 집단이었다. 이들이 악마 숭배, 성물 모독, 아이 살해 등을 일삼는 악의 화신으로 돌변한 데는 종교뿐 아니라 정치·경제적 요인도 숨어 있다. 청빈을 내건 도미니코 수도회 등은 부패한 교회에 맞서 예수와 대립된 존재로 마녀를 상정했다. 교황과 국왕, 영주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민중의 반발을 가상의 괴물(마녀)로 돌렸다. 문화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특권층이 저항의 잠재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수단으로 봤다.

또한 마녀로 낙인 찍힌 이들 중에는 부유한 과부나 독신녀들이 적지 않았다. 고문, 재판, 장례, 마녀세 등의 모든 비용을 마녀 혐의자들이 스스로 부담해야 했다. 처형 뒤엔 교회가 재산을 몰수했다. 마녀사냥이 일종의 수익사업이었던 셈이다. 부유한 유대인을 주기적으로 추방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늘날 마녀사냥을 정치학에선 전체주의의 발현으로, 심리학에선 집단광기의 산물로 본다. 맹종과 광신이 빚어낸 나치의 유대인 학살, 킬링필드, 중국 문화대혁명의 홍위병 같은 사건들과도 통한다. 집단이 근거없이 개인을 무차별 공격하는 모든 행태가 마녀사냥인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받게 되자 “미국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혐의는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과 수사 중단 압력인데 자신을 ‘이유없이 희생당한’ 마녀에 비유한 것이다. 그가 ‘죄없는 마녀(?)’인지 아닌지 두고 볼 일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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