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공연장'으로 전락한 대학축제…학생은 어디에?
"이번 축제엔 누가 오나요?" "다른 대학 축제 라인업이 너무 부러워요." "대중적으로 알려진 가수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대학문화의 꽃'으로 불리는 5월 대학 축제는 대표적인 학생 행사다. 취업과 학업 스트레스를 잠시 뒤로 하고 신나는 공연과 각종 먹거리들을 즐길 수 있는 자리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케이팝(K-POP) 콘서트에나 등장할 법한 가수들 공연이 주를 이뤘다. 대학생 중심 축제의 본래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수도권 10개 대학이 축제에 섭외한 가수는 평균 8팀 내외였다. 축제 출연진이 많게는 19팀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2~3일간 열리는 대학 축제에 고르게 나눠 출연했다.

대부분 대학들은 축제 프로그램으로 먹거리 장터를 차리거나 각종 체험행사를 마련한다. 정작 학생들은 연예인 공연에 관심을 쏟아붓는다. 실제로 대학 커뮤니티와 각종 포털에서는 각 대학 연예인 섭외 일정표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즐긴다는 의미의 '대동제'란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대학 축제 출연진은 다수의 해외 팬을 보유한 아이돌그룹부터 인디밴드까지 다양하다. 17~19일 축제를 진행하는 홍익대에선 민경훈, 에일리, 울랄라세션, 임창정, 다이나믹듀오 등이 무대에 오른다. 같은 기간 단국대 축제에는 어반자카파, 장기하와얼굴들, 싸이 등이 출연한다. 오는 24~26일 축제를 여는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의 경우 자이언티, 혁오, 악동뮤지션, 볼빨간사춘기 등이 무대를 꾸민다.

각 대학 축제마다 10팀 이상씩 출연했다. 학생들 관심이 워낙 높아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회도 연예인 섭외를 등한시하기 어렵다. 서울 소재 H대 학생회 관계자는 "최근 인기 있는 연예인을 선별해 섭외한다. 인기가수를 보려고 축제를 찾는 타 대학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대학 축제의 가수 섭외 비용은 만만찮다. 업계에서는 팀당 적게는 100만 원에서 500만~1500만 원 선, 인기 아이돌그룹의 경우 500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축제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연예인 섭외비는 학생회비와 학교 지원금, 축제 기간 기업 프로모션 비용 등으로 충당한다. 일회성 공연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엇보다도 어떤 연예인을 섭외하느냐에 축제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성인에 걸맞은 대학 축제로 돌아가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화여대생 장유진 씨(22)는 "연예인 초청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주객전도가 되어선 곤란하다. 학생들이 주축이 돼 동아리 등을 중심으로 축제를 만들어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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