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시럽카드
NH농협카드와 SK플래닛이 지난해 4월 함께 내놓은 NH올원시럽카드는 ‘혜택 끝판왕’으로 불렸다. NH올원시럽카드는 가입자가 한 달에 200만원을 사용하면 10만원의 모바일 상품권을 줬다. 모바일 상품권은 SK플래닛의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시럽페이 가맹점 3만여 곳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통상 카드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사용액의 2% 안팎인 데 반해 이 카드는 5%에 달해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이 카드 가입자는 다음달 1일부터 모바일 상품권을 받지 못한다. SK플래닛이 NH농협카드와의 제휴 관계 해지를 이유로 모바일 상품권 제공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NH농협카드는 SK플래닛이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두 회사가 틀어진 것은 예상외의 손실 때문이다. 가맹점 수수료는 2% 수준인 데 비해 혜택을 5% 지급하고, 가입자가 45만명으로 불어나다 보니 한 달 손실만 30억원에 이른다고 SK플래닛은 전했다. 두 회사는 손실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등을 놓고 이달 초부터 법적 다툼을 시작했다. 두 회사는 서로 상대방이 계약 사항을 어겼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서로 간의 잘잘못에 대해서만 따질 뿐 소비자들에게 공지하거나 양해를 구하는 과정을 밟지 않았다. 잘못된 상품 설계에 따른 피해는 아무것도 모르던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넘겨졌다. 그저 5년간 혜택이 지속되겠거니 믿은 소비자들만 ‘바보’가 돼 버렸다.

카드사들은 기본적으로 처음 약속한 혜택과 서비스를 3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지침이다. 모바일 상품권 지급 같은 부가 서비스를 변경하려면 6개월 전에 공지해야 한다. 정보가 적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다.

그나마 NH농협카드는 시럽 모바일 상품권을 대체하는 서비스를 추가해 금융당국의 약관 심사를 받는 중이다. 새로 지급되는 모바일 상품권이 이전 같이 3만여 곳의 가맹점에서 사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마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 혜택을 크게 줄일 공산이 크다. 현재의 진행 과정을 소비자는 전혀 모른다. 이 카드 가입자는 두 번 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김순신 금융부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