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로 억대 매출을 올리는 문경산동네영농법인 삼부자. 대표 김규천 씨(가운데)와 두 아들 억종(왼쪽)·만종씨.
수제맥주로 억대 매출을 올리는 문경산동네영농법인 삼부자. 대표 김규천 씨(가운데)와 두 아들 억종(왼쪽)·만종씨.
경북 문경의 산골짜기에서 수제맥주를 만들어 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삼부자가 화제다.

문경산동네영농법인 대표 김규천 씨(61)와 아들 억종(35)·만종(30)씨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해 오미자를 활용한 독특한 수제맥주로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점촌 IPA(인디언 페일에일)’ ‘주흘 바이젠’ ‘오미자맥주’ 등이 삼부자가 문경의 산골짜기에서 제조해 전국적으로 알려진 수제맥주 브랜드다. 점촌은 문경시와 통합된 문경의 옛 이름이고 주흘은 문경의 주흘산에서 따왔다.

문경산골 수제맥주에 강남·홍대가 취했네~
삼부자는 2010년 수제맥주 면허를 딴 이듬해부터 수제맥주 개발에 본격 뛰어들었다. 문경의 특산물인 오미자를 활용해 와인을 만들었지만 계속되는 실패로 방향을 바꿔 수제맥주 개발에 도전한 것이다. 김 대표는 “와인 생산 과정을 배우기 위해 경북농민사관학교에서 전통주 제조법을 배우기도 했지만 수제맥주는 독학으로 익혔다”고 말했다.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실패를 거듭했다. 발효과정에서 탱크가 폭발해 원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피해를 입었고 사고 위험을 겪기도 했다. 형인 억종씨는 “효모의 양이 1~2g만 차이가 나도 20~30일 고생한 노력이 한 번에 사라진다”며 “실패를 거듭하며 문경 오미자 수제맥주의 레시피 비법을 터득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수제 맥주 양조장이 있는 곳은 문경시청에서 산길을 따라 30㎞를 더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 마을이다. 김 대표는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견학 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경의 맑은 물과 청정 오미자로 만든 하나뿐인 오미자맥주의 제조법과 삼부자 얘기를 듣기 위해서다.

오미자맥주는 2014년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 대한 유통 규제 완화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양조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던 수제맥주의 전국 유통이 가능해져 소비가 많은 서울에서 팔 수 있게 됐다.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홍대, 종로, 이태원과 강남의 유명 맥주펍에 납품하고 있다. 점촌 IPA는 이미 수제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명품으로 소문이 나 있다. 일반 생맥주보다 세 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김씨 형제는 문경시내에 500㎡ 규모의 기와집으로 된 새 양조장을 짓고 있다. 지금 생산 규모로는 전국에서 들어오는 주문량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억종씨는 “생산 규모를 연간 3만L에서 30만L로 10배 늘린다”며 “새 양조장이 완공되면 관광객에게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 올해 10억원, 내년에는 3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생 만종씨는 “아버지가 늘 얘기하시던 농업의 중요성을 학창시절에는 이해를 못 했는데 지금은 농업에 미래가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세계적인 수제맥주 전문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문경=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