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미국 기업 실적 발표 시즌에 나타난 증시 특징 중 하나는 에너지와 원자재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평균을 밑돌았다는 것이다. 반면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돋보였다. 지난달 이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보다 2.2% 이상 더 올랐다.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전통산업보다는 성장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주목을 끌었던 에너지와 원자재 기업들의 위상이 떨어진 것은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이달 11일까지 국제 원자재가격 지수 하락폭이 2.5%에 달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원자재값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산업계의 각종 활동지표는 시장에 우호적인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투자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전문가들은 한국과 대만에 눈길을 돌려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려면 이들 나라의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찾아볼 만하다는 얘기다.

김도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흥국 증시 랠리의 주도 세력은 남미의 자원 부국들이었지만 이제는 투자처 전환을 고려할 때”라며 “신흥국 가운데 한국 대만 등 소비재와 기술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나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이 많고, 대만은 증시 시가총액에서 기술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한다.

김 위원은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 나스닥지수가 다우지수보다 수익률이 좋을 때는 대만 증시가 신흥국시장 지수보다 더 올랐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하반기 이후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을 내놓으면 신흥국 중 대만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함께 대만시장 투자 대안으로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MSCI 타이완’(종목 코드명 EWT.US)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