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통장에 넣어둔 미국 달러로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등 원화 채권을 사들이는 거액 자산가가 늘고 있다. 정기예금만큼 안전하면서도 예금 이자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이 지난 3월 다섯 차례에 걸쳐 사모 방식으로 판매한 ‘달러 투자 통안채 펀드’에는 총 4300만달러(약 490억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최소 가입액이 10만달러(약 1억1300만원)인 이 펀드는 투자자가 달러로 투자금을 납입하면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원화로 환전해 통안채와 은행채(신용도 AAA)를 사고 만기가 되면 수익금을 다시 달러로 지급한다. 연 1.2~1.3%인 통안채 이자에 원·달러 교환(스와프) 과정에서 생긴 차익(0.5%포인트)을 더해 총 연 1.7~1.8%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만기는 1년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추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0.5%포인트 수익이라도 더 챙기려는 거액 자산가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개인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3월 말 102억6000만달러(약 11조57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금리는 연 1.2~1.3%다.

이 펀드는 달러화 현물을 팔고 선물을 사는 방식으로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회피)한다. 현물 환율이 선물 환율보다 높으면 그만큼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현재 원·달러 현물 환율은 선물 환율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선물 환율에서 현물 환율을 뺀 원·달러 스와프 포인트는 한국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높으면 플러스, 반대인 경우엔 마이너스를 나타낸다. 작년 5월 3원대이던 원·달러 스와프 포인트는 8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계속 내려 지난 12일 -7원20전까지 떨어졌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한국과 미국 간 시장금리가 역전된 결과”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산가들의 관심이 높아 추가로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