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체들이 혁신적인 연구개발에 나서기를 꺼리면서 산업계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한경 5월15일자 A16면)다. 정부 방산 프로젝트의 요구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선뜻 도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방산업체들은 정부가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개발을 요구한 뒤, 이를 맞추지 못하면 지원예산을 전부 토해내도록 할 뿐 아니라 다른 입찰에까지 불이익을 주기 때문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방산업계의 활력 저하는 수출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방산 해외 수주는 지난해 25억4000만달러로 2015년(34억9000만달러) 대비 27% 넘게 줄었다. 수익성 역시 글로벌 업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미국 록히드마틴의 영업이익률은 11.5%였지만, 국내 대표 기업인 한화테크윈과 LIG넥스원은 각각 4.2%와 4.7%에 머물렀다. 제품을 구매하는 정부가 직간접으로 원가를 통제하는 데다 저가 입찰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물론 정부의 엄격한 예산 집행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방위산업을 자주국방의 토대이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더 전략적인 접근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저가입찰제만 해도 손익을 따져보는 게 옳다. 방산기업들의 투자 기피에 따른 장기적인 손실이 당장의 비용절감 효과보다 더 크다면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의 최저가입찰제가 개발원가 회수가 끝난 무기를 앞세운 외국계 기업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드론이나 로봇 등은 군대에서 먼저 개발돼 범용화된 기술이다. 컴퓨터와 인터넷도 군사용 목적으로 선보인 뒤 민간으로 확산됐다. 미국과 이스라엘, 프랑스 등이 방위산업을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스라엘 방산기업들은 전체 고용의 14.3%를 떠맡고 있다고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산업으로 육성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기업의 ‘성실한 실패 경험’을 무작정 내치는 것은 한국 방위산업의 제 발등을 찍는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