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번째 우주유영 주인공은 우주에서 534일 산 여자 우주인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국제우주정거장(ISS) 바깥으로 나가 200번째 우주유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2일(현지시간) ISS에 머물고 있는 미국 우주비행사 페기 휫슨과 잭 피셔가 ISS 바깥으로 나가 고장난 부품을 교체한 뒤 우주선으로 복귀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시간으로는 이날 밤 10시8분 ISS의 문을 열고 나간 두 사람은 2조원짜리 과학실험장치인 알파 자기분광기에 전력과 데이터를 공급하는 부품을 교체한 뒤 4시간13분 만에 복귀했다. ISS 선장인 휫슨은 이날 생애 아홉 번째 우주유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는 ISS에 머문 미국 우주비행사 가운데 가장 많은 기록이다.

이번 우주유영을 지휘한 휫슨 선장은 베테랑 여성 우주인으로 손꼽힌다. 그는 지난달 24일 우주에서 가장 오래 머문 미국인의 기록(534일)을 갈아치운 데 이어 가장 긴 시간 우주를 걸은 여성 우주인이 됐다. 그는 이번까지 포함해 모두 57시간35분간 우주를 걸었다. 반면 이번에 우주 산책에 함께 나선 피셔는 우주유영이 처음이었다.

피셔는 원격으로 조종되는 로봇팔을 타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고 “기가 막힌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두 사람의 활동은 NASA 자체 TV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됐다.

두 우주인의 이날 우주유영은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다소 늦춰졌다. 피셔가 입은 선외활동복(EMU)에 전력과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에 물이 새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결함은 이들이 ISS 바깥으로 나가기 직전 잠시 앉아 있던 밀폐실에서 발견됐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보통 6시간30분가량 진행하던 유영 시간도 4시간으로 줄였다. 휫슨 선장을 비롯해 다섯 명의 우주인이 머물고 있는 ISS는 총알보다 8배 빠른 초속 7.6㎞로 지상 400㎞ 상공을 날고 있다. 우주인의 생명을 보호하는 우주복에 한치의 결함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사람이 우주를 걸은 건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 소련의 우주인인 알렉세이 레오노프는 보스호트 2호 밖으로 나와 최초로 우주를 걸었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등이 공동 운영하는 ISS에서 우주유영을 시작한 건 1998년이다. 미국 우주왕복선 엔데버호를 타고 우주로 올라간 미국 우주인 제리 로스와 짐 뉴먼이 ISS 본체에 해당하는 러시아 자르야 모듈과 미국 유니티를 연결하는 작업을 마쳤다. 지금까지 누적 우주유영 시간은 1247시간55분에 이른다.

우주유영은 공식 용어로는 선외활동(EVA)으로 불린다. 우주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는 EVA가 없었다면 축구장 면적의 ISS가 19년 가까이 운영되는 건 불가능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