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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놓고 전국 곳곳서 대충돌…대기업-지역상인 사활걸어

입력 2017-05-14 16:11:28 | 수정 2017-05-14 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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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규제 강화해야" vs "소비자입장도 생각해야"

유통팀 =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사업 확장에 나선 대기업과 생존위기에 몰리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전국 곳곳의 지역 상권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소상공인 보호'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영세 자영업자 중심의 '골목상권'과 대기업 계열 유통시설·프랜차이즈 사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형 슈퍼마켓뿐 아니라 빵집에 이르기까지 대기업의 문어발식 골목상권 침해가 '자영업 고사(枯死)'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해온 소상공인들은 '대기업 추가 규제'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2011년 이후 마트 영업시간 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의 여러 제재를 받았는데도, 여전히 자영업의 어려움을 모두 우리 탓으로 돌린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소비자의 수요 충족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는 견해다.

◇ 급성장한 대형마트·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곳곳에서 갈등
1993년 11월 국내 대형마트 1호점인 이마트 창동점이 문을 연 이후 대형마트는 정책직 지원을 입으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잠식 문제가 불거지며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이 본격화했다.

대형마트에 이어서는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골목상권에 침투했다.

중소상인들이 반발이 격해지면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등으로 영업시간 제한, 격주 일요일 의무휴업 등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복합쇼핑몰 규제와 더불어 적합업종 지정 법제화까지 공약했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는 매년 특정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이들 품목에 대해 3년간 대기업의 사업 확장과 진입 자제를 권고하는데, 적합업종 지정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는 대형 쇼핑시설 건립을 둘러싼 갈등도 심각하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인근 롯데 쇼핑몰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2013년 4월 서울시는 상암동 부지 2만644㎡를 판매·상업시설 용도로 롯데쇼핑에 1천972억 원에 매각했지만 4년 넘게 쇼핑몰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롯데 복합쇼핑몰 건립 계획이 알려지자 인근 시장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올해까지 백화점과 영화관, 업무시설, 대형마트, SSM 등이 결합한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아직 공사도 시작하지 못했다.

롯데쇼핑은 최근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시 도시계획 심의 미이행에 따른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전북 전주, 광주, 경기 부천에서도 복합쇼핑몰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 "대형쇼핑몰 등장에 주변상권 매출 반 토막"vs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은 '제로 썸' 아냐"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생존율'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창업한 소상공인 가운데 2013년까지 계속 영업한 경우의 비율은 29% 정도다.

특히 음식·숙박업의 경우 창업 후 1년 안에 폐업하는 비율이 거의 절반인 44.4%에 이르렀다.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이처럼 심각한 '동네 가게' 경영난의 주요 원인으로 이미 골목 곳곳에 퍼져있는 대기업 유통시설들과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들을 지목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의 쇼핑몰이 한 지역에 들어서면, 주변 기존 상권의 매출이 절반 가까이 급감한다는 조사·분석 결과도 있다.

'대형쇼핑몰 출점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노화봉 조사연구실장) 보고서를 보면,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경기도 파주 신세계·롯데 아웃렛 출점 이후 주변 지역 점포 300여 곳의 월 매출은 대형 쇼핑시설이 들어선 이후 평균 46.5%나 줄었다.

특히 요즈음 아웃렛, 복합쇼핑몰에 맛집 등을 대거 유치하는 전략의 영향으로 주변 음식점(-79%), 의복·신발(-50%) 점포의 매출 타격이 컸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자영업자, 기존 골목상권의 어려움이 전적으로 대기업 진출 때문이라는 주장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변한다.

예를 들어 대형 할인마트와 SSM 업계는 2012~2013년 영업시간 제한, 월 2회 휴무제 시행 등으로 자신들의 매출이 감소 추세로 돌아섰지만, 그렇다고 전통시장 등의 중소 유통 점포들의 매출이 늘기는커녕 함께 줄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히려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시설이 들어서 상권이 활성화하면 기존 주변 점포들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올해 4월 한국유통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유통규제 도입에 따른 지역경제 변화 분석' 보고서는 "대규모 점포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식료품 위주 소매업만 보더라도 일부 업종의 경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을 제시했다.

한 대형 할인마트 관계자는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중소유통(전통시장 포함) 매출이 2012년 대형마트 규제가 시작된 이후 105조7천억 원에서 2015년 101조9천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며 "대형마트 규제가 '중소유통 보호와 활성화'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 서비스업 경쟁력 높이고, 지역상인도 보호하는 묘책은
전문가들은 대체로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업도 규제 완화, 대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실업 등의 충격을 고려해 소상공인 보호 장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순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상당수는 제조업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많은 업종에서 대형화 등을 추진하고 규제를 완화하면 자업자 등에게는 실업 등 충격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직접적 보호 제도를 유지하고, 간접적으로는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 이들이 실패나 구조조정에도 큰 충격을 받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대기업 서비스업 관련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대형 유통업체 복합쇼핑몰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처럼 초기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제한해야 한다"며 "현행처럼 이미 입점을 한 단계에서 거리 제한이나 의무휴업 등의 제재만으로는 소상공인의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 팀장은 복합쇼핑몰 입점에 앞서 제출하는 '상권영향평가서'를 해당 업체가 직접 작성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평가서도 제3의 독립기관이 작성하게 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복합쇼핑몰 입점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생산성이나 부가가치 창출 능력 측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권인 한국 서비스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면 중장기적으로 대기업 규제를 점차 줄여 대형화하고 해외 진출의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 내수 시장 규모가 서비스업을 자체적으로 육성할 만큼 크지 않다.

외국 서비스기업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로 진출했기 때문"이라며 "금융, 물류 등 분야에서도 제조업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제조업을 대체할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으로서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며 "현재 서비스업에서 경쟁 제한 업종이 너무 많은데, 이건 대기업과 자영업자 모두 망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서비스업 규제 완화를 하면 내수 부양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연구원은 "프랑스나 일본 등 해외에서도 전반적으로 규제 완화 흐름이 있고, 유통 분야에서도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며 "규제를 완화하면 대형마트 매출은 최소 5% 증가하고 내수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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