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미국 백화점 업체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이 일제히 크게 나빠졌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을 대표하는 백화점 기업 메이시스의 지난 1분기 매출은 53억3800만달러(약 6조원)로 작년 1분기보다 7.5% 감소했다. 9분기 연속 매출이 줄었다. 영업이익(2억2000만달러)은 20%, 순이익(7000만달러)은 39% 쪼그라들었다. 이 소식이 알려진 이날 주가는 전날보다 17% 떨어졌다.

매출이 감소한 다른 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콜스, 딜라즈, 노드스트롬 등도 1분기에 실적이 상당히 나빠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가 각각 7.8%, 17.5%, 7.6% 급락했다.

백화점 실적이 줄줄이 나빠진 근본 원인은 쇼핑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을 즐기게 되면서 백화점 방문자 수가 감소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백화점들은 잇달아 매장 수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매출 기반이 더 좁아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메이시스는 올해 최대 100개 매장을 없애고 직원 1만 명을 정리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캐런 호겟 메이시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WSJ에 “우리는 아직 안 죽었다”며 “신발이나 고급 보석류 등을 강화하는 등 매출 증진 전략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 수를 줄이기로 한 만큼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메이시스와 협력하고 있는 피부관리와 스파 서비스업체 블루머큐리는 상대적으로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세를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는 향후 미국의 소비판매 지표가 더 좋게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그 혜택은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아니라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유통기업이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 들어 파산신고한 미국 유통업체 수는 이미 지난해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