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원더우먼이 '페미니즘 아이콘' 일까
‘원더우먼.’ 한국에서는 직장이나 가정일 모두 억척스럽게 해내는 강한 여성을 빗대 하는 말이다. 원래는 미국 출판사 DC코믹스가 1941년 최초로 고안한 여성 히어로 캐릭터 이름이다.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의 탄생은 여성과 남성의 기회와 권리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운동인 페미니즘의 탄생과 궤를 같이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이라며 평등을 강조했고, 대선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공언해 이 책이 더욱 눈길을 끈다.

원더우먼은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원작 만화에서는 모순적인 캐릭터다. 빨간 뷔스티에(브래지어와 코르셋이 연결된 형태의 상의)에 파란 팬티, 빨간 부츠 차림의 노출 많은 차림새를 하고 왜곡된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원작 만화책의 거의 모든 페이지에는 원더우먼이 끈이나 사슬에 묶여 있거나, 수갑이나 족쇄를 찬 장면이 나온다.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인 질 르포어는 《원더우먼 허스토리》에서 ‘원더우먼이 정말 페미니즘의 표상인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원더우먼 원작자인 심리학자 윌리엄 마스턴의 삶을 4년간 파고들었다. 저자는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의 이중성이 마스턴의 복잡한 삶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저자는 “원더우먼은 오랫동안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웠지만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며 “페미니즘이 원더우먼을 만들었고 원더우먼은 페미니즘을 다시 만들었는데, 이건 페미니즘에서 썩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박다솜 옮김, 윌북, 464쪽, 1만7500원)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