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망해가는 동네 정육점도 살리는 빅데이터
영국 북서부 런던에 있는 작은 정육점 ‘팬들턴앤드선’은 단골 위주로 좋은 평판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가게였다. 그런데 인근에 대형 슈퍼마켓 체인이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매출과 고객이 크게 줄었다. 정육점 주인 톰 펜들턴은 슈퍼마켓보다 더 좋은 고기를 더 싸게 제공하면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가격 할인은 수입만 줄 뿐 효과가 없었다. 아들인 애런은 파산을 면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진열장과 상점 창 내부에 간단한 센서를 설치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상점 진열장과 광고판을 보고 멈추는지, 또 가게로 들어오는지 등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시간대별 판촉 전략을 짰다. 상품 진열을 바꾸고, 광고판도 새로 만들어 더 많은 단골고객을 모았다.

영국 빅데이터 전문가 버나드 마는 《빅데이터 4차 산업혁명의 언어》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45개 기업·기관을 소개한다. 팬들턴앤드선 같은 소규모 기업부터 미국 올림픽 여자 사이클팀, 월마트,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 넷플릭스, 링크드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 런던동물학회, 제너럴일렉트릭,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까지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조직의 규모, 분야, 형태에 상관없이 누구나 빅데이터를 통해 혁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저자는 각 기업과 기관이 어떤 데이터를 어떤 도구로 분석해 기존 모델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했는지를 명쾌하게 서술했다. 빅데이터 활용의 안내서라고 할 만하다. 저자는 각 기업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때 극복해야 할 과제로 개인정보 보호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그는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 사용자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막대한 소송 비용 부담과 경영 악화 등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