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조치든 하겠다고 밝혔다. OPEC 비회원국인 러시아도 다음달 끝나는 감산 기한을 연장하는 데 동조하기로 했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장관은 8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원유 재고가 5년 평균치로 줄어들 때까지 뭐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유국과의 협의를 토대로 감산 시한을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유가 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에삼 알마르주크 쿠웨이트 석유장관도 이날 “감산 시한이 최소한 6개월 연장돼야 한다는 데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OPEC의 일부 회원국은 감산 시한을 연장하는 것뿐 아니라 감산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도 공급 감소를 위해 이달 25일 OPEC 석유장관회의에서 감산 시한 연장에 합의하면 이를 따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OPEC 비회원 산유국은 하루 생산량을 180만배럴씩 6개월간 줄이기로 합의하고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5% 상승한 배럴당 46.43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거래소에서도 북해산 브렌트유는 0.5% 오른 배럴당 49.34달러에 마감했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강력한 유가 인상 의지가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분석가들은 그러나 OPEC이 실제 재고를 줄이는 행동에 나서기보다 발언만 과도하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시장 참가자들은 OPEC 회원국이 감산 합의를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감산 이행률은 어느 정도인지를 듣는 데 지쳐가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