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물에 혈안된 '웹툰 벤처들'
웹툰은 더 이상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전유물이 아니다. 레진코믹스, 탑툰, 투믹스, 코미카 등 ‘웹툰 플랫폼’을 내세운 기업이 100여개에 이른다. 만화라는 콘텐츠가 클릭 수를 높이고 사용자를 플랫폼 안에 오래 머물게 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 ‘선배들’이 구축해놓은 사업모델(유료 미리보기, 캐릭터 활용 부가사업 등)도 탄탄하다. 더 많은 만화 창작자가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웹툰 플랫폼의 등장은 환영할 만하다. 레진 등 주요 플랫폼은 창업 수년 만에 연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콘텐츠는 어떨까.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표방하는 이들답게 기존 웹툰 플랫폼에서 보지 못한 창의적이고 새로운 시도가 넘쳐날까. 없진 않다. 그러나 로그인한 뒤 찬찬히 살펴보면 성인용 음란 웹툰 비중이 적지 않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셋 중 하나꼴은 돼 보였다.

한두 개를 들여다봤다. 한 중년 남성이 보육원 학생을 성폭행한 뒤 “성인이 되더니 더 나아졌네” 하며 푼돈을 던지는 장면이 나왔다.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은 성인 남성인 기자조차도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수위가 높았다. 일본 음란 웹툰 중에서도 ‘핵심 장면’만 가져와 보여주는 코너도 있었다.

이런 지적을 할 때마다 나오는 반발이 ‘표현의 자유’다. 성인이 보는 건데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 성(性)을 다루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과거에는 ‘변태적’이라고 불리던 것이 지금은 예술이 된 사례가 적잖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불법 포르노에나 나올법한 미성년자 성폭행 같은 게 합리화될 수는 없다. 청소년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웹툰 플랫폼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을 ‘기존에 없던 사업방식이나 아이템으로 시장을 혁신하는 신생 벤처기업’으로 정의한다. 폭력적인 음란물을 앞세워 클릭 수를 높이는 것이 스타트업이 할 일일까. 업체들은 “참신한 시도를 하는 무명작가들이 데뷔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반발한다. 인정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폭력, 음란물의 양이나 수위가 정도를 넘고 있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