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재료로 더 맛깔나게"…방송사 개표방송 '요리 대결' 관심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을 치르는 오는 9일, 후보자들만큼이나 국민의 선택을 간절히 기다릴 이들이 있다. 당일 개표 방송을 진행할 방송사들이다. 개표 방송은 똑같은 재료로 누가 더 맛깔나는 요리를 만드느냐를 가리는 경연장이다. 방송 소재가 지상파 3사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는 개표율·득표율 등으로 모든 방송사에 같기 때문이다.

방송사 승부수는 눈길 끄는 그래픽에 맞춰질 전망이다. 방송이 여덟 시간여에 달하는 만큼 시청자들은 지루하지 않은 방송을 찾아 수시로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다.

KBS 1TV는 대선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스파이더캠’을 띄운다. 축구장 등에서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담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카메라 장비다. 조명탑 또는 지붕 등에 사방으로 케이블을 연결해서 그 교차점에 카메라를 걸고 경기장 구석구석을 움직이며 찍는다.

KBS는 이 스파이더캠을 이용해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감도는 광화문광장의 현장 영상을 확보하고, 여기에 출구조사 결과 등의 선거정보 그래픽을 입힐 계획이다. 안방에 있는 시청자에게 광화문에 직접 나와 개표 상황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KBS의 간판 프로그램인 ‘전국 노래자랑’을 패러디한 ‘전국 득표자랑’ 그래픽을 배경으로 방송인 송해 씨가 깜짝 출연하는 이벤트도 준비했다.

MBC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혼합현실(MR)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현실 공간에 가상의 물건을 들여와 현실과 어우러지게 하는 기술이다. 앵커가 발광다이오드(LED) 화면 앞에서 후보를 부르면 화면 속에 있던 후보가 걸어서 화면 밖으로 나와 앵커 옆에 서는 모습 등이 연출된다. 화면 속에서 질주하던 고속철도(KTX) 열차가 화면을 부수고 나와 스튜디오를 한 바퀴 돌기도 한다.

롯데와 협업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선거 상황판으로 활용한다. 축구장 5개 크기(3만5000㎡)의 대형 LED 화면에 투·개표 상황을 실시간으로 게시하고 MBC 취재 헬기가 이를 촬영해 안방으로 전송한다.

지난 대선 개표 방송 때 후보자 얼굴을 매트릭스·러브레터·터미네이터 등 유명 영화 주인공에 합성하고 재치 있는 문구를 달아 큰 인기를 끈 SBS는 이번에도 당시 개발한 그래픽 표출 시스템 ‘바이폰’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윤춘호 SBS 선거방송팀장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담은 수십 종의 그래픽 콘텐츠를 준비했다”며 “지루할 틈 없이 다채로운 화면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들은 당선자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KBS는 2002년부터 가동한 당선 예측 시스템 ‘디시전 K’의 기능을 높였다. SBS는 변종석 한신대 응용통계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여하는 시스템 ‘유·확·당’을 가동한다. MBC는 2014년 지방선거 때 도입해 17개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자 전원을 맞힌 ‘스페셜 M’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