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운행허가를 얻어 실제 도로에서 시험 운행에 들어간다.

구글이나 애플 등 자율주행차 사업에 뛰어든 해외 유수의 IT(정보기술)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성장동력으로서 자율주행차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자율주행차 운행허가는 국토부가 작년 2월 시험·연구 목적의 제도를 도입한 이래 19번째다.

그동안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서울대, 한양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학계에서 주로 신청을 했다.

18번째는 지난 2월 허가를 취득한 네이버의 기술연구개발 법인 '네이버랩스'였다.

구글이나 애플 등 미래 자율주행차 연구에 먼저 진출한 해외 IT업체들과 비교해서도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삼성전자가 그간 구축해온 하드웨어를 고려하면 선행 업체들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자율주행차 개발 사업은 2015년 12월 조직개편 때 처음으로 표면화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전장(電裝)사업팀'을 신설하면서 "단기간 내 역량 확보를 목표로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전장이란 텔레매틱스, CID(중앙정보처리장치), HUD(헤드업디스플레이), 차량용 반도체 등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전기·전자·IT 장치를 말한다.

이후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을 9조4천억원에 인수한다고 깜짝 발표를 하고 올해 2월 그 절차를 마무리했다.

컨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와 관련한 전장 사업 진출을 위한 채비를 모두 마친 것이다.

이번 자율주행차 운행시험은 현대차 '그랜저'에 라이다(LIDAR, 레이저 레이더), 레이더(RADAR), 카메라 등 다른 회사의 자율주행 장치를 얹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연구개발 중인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초기 단계인 자율주행 솔루션을 실제 도로에 적용해보는 선행연구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하며 자동차사업에 진출했다가 5년 만에 회사를 르노자동차에 매각하는 아픔을 겪었던 탓에 삼성은 그간 자동차사업 재진출설이 나올 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완강히 부인해왔다.

그런 트라우마 때문에 삼성은 이번 자율주행 테스트와 관련해서도 "완성차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자율주행과 관련한 전장 분야 연구를 위한 것"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비록 완성차 사업 진출은 아니더라도 삼성전자가 전장 부문을 미래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육성 중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은 해당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하만의 디네시 팔리월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월 취재진과 만나 "전장 사업에 대한 하만의 지식과 시스템 개발, 고객사들, 자동차사업의 생태계 이해 역량에 삼성의 IT 테크놀로지, G5, 디스플레이, 모빌리티 등이 합쳐지면 자율주행자 또는 반(半)자율주행차에서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독일 아우디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와도 자율주행차 운행에 필요한 반도체를 개발해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하만을 인수하면서 삼성은 완성차가 아닌 전장 부품 쪽으로 미래 사업 방향을 정한 것"이라며 "이번 자율주행 운행허가 신청은 사내 종합기술원이 중장기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선행연구 차원에서 한 것일 뿐 완성차 시장 진출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