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갈등에 기름 붓는 대선후보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그동안 노조에 소속해 있던 사내하청 근로자 노조(비정규직 지회)를 분리하기로 하면서 ‘노노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들은 표를 의식해 ‘하청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골자로 한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대선 이후 산업 현장의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7~28일 비정규직 지회의 분리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를 하고 71.7%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기아차 노조는 “집행부의 노사 합의를 일부 사내하청 근로자가 계속 부정해 조직 변경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지회는 사내하청 근로자 1050명의 기아차 정규직 특별채용 합의에 대해 “총 3000여명의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 관계자는 “노조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며 “대기업 노조가 비정규직 보호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제 밥그릇만 챙기는 귀족 노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정규직 지위 인정’ 요구는 국내 파견근로자보호법의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다. 파견법은 경비·청소 등 33개 업종을 제외한 전 업종에서 파견근로를 금지하며 파견 활용 시 직원으로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동계는 이 같은 법체계를 이용해 사내하청 근로를 ‘불법파견’이라고 주장하며 정규직화를 요구해왔다. 주요 대선후보들도 노동계의 논리를 본뜬 공약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원청업체가 고용, 임금 등에서 직접 고용한 것처럼 의무를 지우는 원·하청 공동책임제를 내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기업에 세제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조·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해소하지 않은 채 비정규직 처우만 개선하려는 시도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없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