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9일 결정되는 차기 대통령은 사법기관 요직을 대거 교체할 수 있어 한국 사회의 향후 이념적 좌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새 대통령은 임기 중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 헌법재판관 8명 등 이전 대통령보다 훨씬 많은 사법기관 인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탄핵 여파로 사법부 인사가 정체된 때문이다.
새 대통령, 임기 첫해 사법 3대 수장 '물갈이'
특히 취임 첫해에 사법 ‘3대 수장’을 전부 선임하는 유례없는 권한을 행사한다. 우선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이 임기 초기 결정된다. 탄핵국면이 이어지면서 공석이 된 헌재소장이 새 대통령의 ‘사법부 1호 인선’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헌법재판관 중에서 헌재소장을 임명하면 임기 중 한 번 더 헌재소장을 임명할 수도 있다.

이어 오는 9월 퇴임 예정인 양승태 대법원장의 후임자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이 취임 6개월 안에 사법기관의 양대 수장을 모두 임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9월19일 퇴임하는 김이수·이진성·김창종·안창호·강일원 헌법재판관 후임도 국회나 대법원장의 선출 또는 지명을 거쳐 새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2019년 4월18일 퇴임하는 서기석·조용호 헌법재판관 후임 지명도 차기 대통령 몫이다. 대법관 역시 총 14명 중 13명을 새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까지 임명할 수 있다.

또 오는 12월 초에는 김수남 검찰총장 임기가 끝난다. 김 총장의 완주 여부와 무관하게 새 대통령은 임기 중 최소 2명의 검찰총장을 선임할 수 있다. 이런 사정으로 검찰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검찰 관계자는 “새 대통령이 총장을 두 번 이상 임명할 수 있다는 점이 정치풍향에 민감한 검찰조직에 동요를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새 대통령의 입김 확대에 따라 사법기관의 이념적 편향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선두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헌법재판관 3명 중 1명을 비(非)법조인으로 뽑겠다고 공약한 점이 특히 관심이다. 이를 두고 헌재를 ‘여론재판소’로 만들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헌법재판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재판관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라며 “대통령 입맛에 맞는 비법조인을 임명하면 여론에 휘둘려 헌재의 독립적인 권력 견제 기능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