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대선’을 8일 앞두고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지역의 표심이 심상찮다. 그동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흩어졌던 영남 보수층이 ‘헤쳐모일’ 조짐이다.

홍 후보가 안 후보를 바짝 뒤쫓으며 초반 문-안 양강구도를 흔들고 있다. CBS노컷뉴스와 리얼미터가 지난 27~28일 한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16.7%로 안 후보(20.9%)와의 차이를 4.2%포인트 오차 범위 내까지 좁혔다. 보수층의 ‘대항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TK·PK 민심이 막판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할 변수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9일 저녁 부산 구포시장 인근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29일 저녁 부산 구포시장 인근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TK 보수 노년층의 홍 후보 ‘쏠림’ 뚜렷

30일 대구 불로동 불로시장에서 만난 김모씨(65·여)는 “1주일 전만 해도 도대체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몰라 서로에게 물어보는 분위기였지만 이제 또래들은 대다수가 홍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수성구 범어동에 사는 직장인 권모씨(52)는 “대선후보 TV토론과 지난 26일 홍 후보의 서문시장 눈물 유세 이후 마음이 크게 돌아섰다”며 “홍 후보 지지율이 15%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동남풍이 충청 강원 수도권까지 불면 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오간다”고 전했다.

이 같은 보수층의 결집으로 홍 후보의 TK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지난 23~24일 TBC가 폴스미스에 의뢰한 조사에서 홍 후보는 31.8%로 안 후보(24.9%)와 문 후보(22.8%)를 처음으로 제치기도 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20~30대 젊은 세대에서는 문 후보의 지지가 공고한 편이다. 경북 경산의 직장인 박모씨(38)는 “과거 선거가 진보의 분열이라면 이번 선거의 특징은 보수의 분열”이라며 “친구들도 문 후보를 찍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보수 세력의 대표주자로 꼽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씨(55)는 “유력 후보의 대선 정책이 공무원 증원, 의료의 공공성 확대 등 인기성 공약 일색”이라며 “사표가 되더라도 유 후보를 끝까지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PK, 문재인 우세 속 부동표 늘고 있어

문·안·홍 후보의 고향인 PK 지역에서는 문 후보가 안 후보와 홍 후보를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문 후보로 결집한 반면 보수층은 안 후보와 홍 후보로 갈린 게 원인이다. 부산진시장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이정광 씨(57)는 “부산시장 상인들은 보수후보들을 열광적으로 밀어줬는데 올해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며 “보수후보들이 힘을 합쳐도 이길지 모르는데 나뉘어 서로 싸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상인은 “과거에는 보수후보가 한 명이어서 밀어줬는데 이번에는 신뢰감이 가는 후보가 없어 고민 중”이라며 “선거 당일 보고 찍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지난 29일 부산 남구 대연동 경성대 앞 ‘돼지갈비 맛집’을 찾은 김모씨(24·여)는 “젊은 층에는 청렴성을 이유로 문 후보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울산의 석유화학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씨(48)는 “울산은 원래 보수적인 도시였는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보수당 이탈표가 문 후보와 안 후보로 양분되다가 최근 TV토론 등을 계기로 홍 후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울산 토박이인 박모씨(60)는 “울산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경합 속에서 홍 후보의 보수 유권자 흡수력이 얼마나 될지가 관심사”라며 “지난 총선 때 민심의 흐름을 봤을 때 한 후보가 40% 이상 득표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씨는 “TV토론에서 선전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이 있는 북구와 동구의 근로자 표를 얼마나 가져갈지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경남·울산=김태현/대구·경북=오경묵 기자 hyun@hankyung.com